"현대重 노조, 합리적 판단으로
근로자 일할 수 있도록 해야"
[ 강현우 기자 ] “회사가 있어야 직원들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5일 새벽 2시께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당신들의 일상’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곧 폐업하는 한 중소기업의 대표라는 이가 쓴 글이었다. 수도권에서 기업을 경영한다는 그는 “경기 불황으로 매월 수천만원씩 적자를 보면서 회사를 운영하다 이제 회사를 정리한다”며 글을 시작했다.
이어 “힘들지만 생계를 책임지는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회사의 폐업을 막고자 사재를 털어가며 회사를 운영해 왔으나 (직원들은) 오히려 회사의 어려운 실정을 틈타 민주노총을 설립해 구조조정을 막고 급여 인상과 근무시간 단축과 같은 무리한 사항을 요구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현대중공업 직원들에게 드리고 싶은 얘기는 ‘회사가 있어야 당신들의 존재도 있다’는 것”이라며 “합리적인 판단으로 회사가 더욱 발전하고 노동자가 일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폭력과 불법이 난무하는 당신들의 그 일상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호응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31일 주주총회에서 법인분할 안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조는 주총장 불법 점거, 시설물 파괴, 파업 미참가 직원 폭행 등으로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조는 이날도 4시간 부분 파업을 벌였고 7일에도 2시간 부분 파업을 예정하고 있다.
각계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노조는 여전히 ‘마이 웨이’를 걷고 있다. 중소기업 대표의 글에는 “경기 불황을 탓하는 것은 무능함을 덮는 핑계” “직원들이 저렇게 한다는 건 당신도 문제점이 많다는 것” 등의 비아냥을 담은 댓글이 잇달아 달렸다.
이날 자유게시판에는 파업 미참가자들을 비난하는 글도 다수 올라왔다. “앞으로 나만 살겠다고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선후배님들은 사람 대접 받을 생각하지 말라. 투명인간 취급하는 건 물론이고 작업장에서 어떤 도움도 받을 생각하지 말라”는 글도 있었다.
회사 측은 이날 사내 소식지에 올린 ‘노조의 폭주, 이제는 멈춰야 한다’는 글을 통해 “더 이상 한솥밥을 먹는 식구끼리 갈등이 깊어져선 안 된다”며 “서운한 마음을 풀고 대화의 장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또 “폭력 및 불법행위 당사자는 인사 조치와 함께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며 노동조합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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