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사태' 66일만에 공식 사과한 식약처장

입력 2019-06-05 17:37  

檢 압수수색 하루만에 입장 내놔
허가과정 특혜의혹은 강력부인



[ 전예진/박상익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보사’의 허가 취소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인보사 개발회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이 성분 변경을 인지하고 제조 및 판매를 중지한 지 66일 만이다. 식약처는 인보사 투여 환자를 15년간 장기 추적해 조사하겠다는 대책도 발표했다. 그러나 인보사를 맞은 줄 모르는 환자도 적지 않아 난관이 예상된다.

압수수색 하루 만에 사과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5일 목동 서울지방식약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보사 사태로 국민에게 혼란과 심려를 끼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환자 안전대책 수립과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지난 4일 저녁 갑자기 결정됐다. 검찰 소환 조사가 임박하자 식약처가 뒤늦게 대국민 사과에 나셨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무상의료실천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과 손문기·이의경 전·현직 식약처장 등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식약처는 인보사 허가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식약처는 2017년 7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위원 7명 중 6명이 인보사 허가를 반대했음에도 2차 회의를 열고 허가를 내줘 논란이 됐다. 이 처장은 “식약처는 허가 과정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명백히 규명하기 위해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실효성 의문인 장기추적조사

식약처는 인보사 투여 환자를 위한 안전관리대책도 내놨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유전자치료제 장기 추적 가이드라인에 따라 15년간 인보사 투여 환자의 상태를 살피겠다는 내용이다. 인보사 허가 취소 당시 발표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오는 14일까지 장기추적조사 계획서를 제출하고 438개 병원에서 인보사를 맞은 3707건의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무릎 엑스레이, 혈액 및 관절강에서의 유전자 검사 등을 해야 한다.

환자는 등록 후 6개월 안에 1차 검진을 마치고 매년 1회씩 10년 동안 관리를 받은 뒤 나머지 5년은 문진으로 상태를 확인하도록 했다. 식약처는 부작용 피해가 발생하면 코오롱생명과학과 보상안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 이 처장은 “식약처가 주도적으로 장기추적조사를 이끌고 비용 부담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장기 추적검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환자나 보호자가 병의원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데 전체 투여 환자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4일 기준 약물역학 웹기반 조사시스템에 등록된 환자는 297개 의료기관, 1303명으로 전체 투여 환자의 3분의 1 수준이다.

손보사들, 300억원 규모 손배소송

DB손해보험, 삼성화재보험, KB손해보험 등 10개 손해보험사는 이날 보험금으로 지급된 인보사 판매대금 환수를 위한 민·형사 소송에 들어갔다. 법무법인 해온은 이들 손보사를 대리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3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민사 소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코오롱생명과학과 이 회사 이우석 대표에 대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및 약사법 위반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형사 고소장을 제출했다.

한편 인보사 원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은 이우석 대표가 이날 사임했다고 공시했다. 이 대표의 사임으로 코오롱티슈진은 노문종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를 겸임하는 이 대표가 검찰 수사 등 국내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코오롱티슈진 대표직에서 물러났다”며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직은 유지하면서 끝까지 문제 해결에 책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예진/박상익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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