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밀러 맥주와 MLB 밀워키 브루어스 이름에 얽힌 비밀

입력 2019-06-06 07:30   수정 2019-06-06 09:08

롯데주류, 지난해 11월 밀러 유통 판매 계약 맺어
1855년 독일서 미국 건너온 29세 청년에 의해 밀러 개발
밀러 인기로 밀워키 미국 제1의 양조 도시로 '우뚝'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등 맥주업체들이 때이른 폭염으로 여름 마케팅에 발 벗고 나섰다. 업계 3위인 롯데주류는 대표 맥주인 '피츠'를 업그레이드하고 패키지 디자인을 바꿨다. '클라우드'의 여름 마케팅도 준비하며 반격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주류 부문에서 반란을 꿈꾸는 롯데의 움직임은 지난 3월 열린 롯데칠성음료 주주총회에서 시작됐다. 당시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은 임기 2년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재선임을 계기로 올해 주류사업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었다. 지난해 칠성사이다 등 음료 부문 실적이 좋았지만 주류 부문의 실적이 아쉬웠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주류통'인 김태환 롯데주류 대표를 신 회장과 함께 롯데칠성음료 사내이사로 신규선임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롯데주류는 수입 맥주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위한 '다크호스'로 밀러를 준비했다. 롯데주류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3위 맥주회사 몰슨 쿠어스 인터내셔날과 '밀러 라이트', '밀러 제뉴인 드래프트' 유통 판매 계약을 맺었다. 계약 체결 당시 몰슨 쿠어스는 롯데주류를 단순한 수입사가 아닌 파트너사로 규정하며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자신했다.

정식 계약에 앞서 피터 쿠어스(Peter H. Coors) 몰슨 쿠어스 회장은 한국을 방문해 신 회장을 만나 수입 맥주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우리는 밀러 브랜드를 세계적으로 함께 성장시킬 최적의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밝히며 롯데와의 협업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밀러는 편의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듯 밀러는 우리 생활에 상당히 밀접하게 침투했지만 그 이름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아는 이는 거의 없다. 게다가 미국 MLB 구단 '밀워키 브루어스'와 밀러 사이에 서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도 찾아보기 힘들다.


밀러의 역사는 약 16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55년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29세 청년 '프레드릭 밀러(Fredrick Miller)'가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 있던 '프랭크 로드 브루어리(Plank Road Brewery)'를 인수하면서 밀러의 역사가 시작됐다.

자신의 이름을 딴 맥주를 만든 밀러는 독일에서 가져온 효모를 이용해 맥주를 만들었다. 밀워키 시민들은 전에 맛보지 못했던 맥주를 맛본 뒤 금새 밀러에 푹 빠졌다.

하지만 1920년대 금주법 시대가 도래하면서 미국의 많은 맥주 회사들이 도산했다. 그때 프레드릭 밀러는 맥주 대신 보리로 만들 수 있는 여러 음료를 만들면서 이 시기를 버텼다. 1933년 금주법이 폐지된 후 그는 밀워키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맥주 업자로 남게 됐다. 무주공산과도 같았던 시기에 독일의 정통 방식으로 맥주를 만들어 시장 지배력을 키워 나갔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밀워키는 미국 제1의 양조 도시로 우뚝 섰다.

밀러와 함께 밀워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국 프로야구 '밀워키 브루어스(Milwaukee Brewers)' 구단이다. 이 팀의 전신은 '시애틀 파일러츠'였다. 파일러츠는 1969년 메이저리그가 확대되면서 아메리칸리그에 처음 포함됐고 한 시즌을 치른 뒤 밀워키로 연고지를 옮겼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파일러츠라는 팀 예명이 지역 사회에서 사랑을 받지 못한 것.

밀워키를 상징할 수 있는 예명이 필요했던 구단과 야구 팬들은 자연스럽게 밀러를 떠올렸다. 밀워키가 미국 제1의 맥주 양조 도시였기 때문에 의미도 맞았고 도시 홍보에도 적합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밀워키 구단은 '브루어스(양조업자들)'라고 불렸다. 2001년부터는 아예 밀러의 네이밍 스폰서를 받아 홈구장 이름을 '밀러 파크'라고 명명했다.

밀러의 로고에는 미국을 상징하는 독수리가 보리를 들고 있는 모습이 형상화돼 있다. 'MILWAUKEE, WI, USA'라는 문양으로 밀워키가 밀러의 시초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밀워키 브루어스의 로고에는 야구공 밑에 보리 문양을 삽입해 '브루어스'라는 정체성을 담았고 또 다른 로고에는 위스콘신 주의 지도 모양과 보리를 동시에 담았다.

밀러와 밀워키 브루어스의 공통점은 오랜 역사와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밀워키는 120년에 달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한 적이 없다. 밀러 역시 각 국가에서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꾸준히 판매되고는 있지만 점유율 1위를 가져온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만년 하위에 머물던 밀워키 브루어스는 지난해 가을 야구에 진출하며 우승을 향한 시동을 걸었고 올해도 현재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를 질주 중이다.

밀러도 국내 시장에서 반전 가능성을 보였다. 1988년에 한국에 진출해 1세대 수입 맥주로서 인기를 끌었지만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출 증가와 하락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롯데와 손을 잡으면서 처음으로 10%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롯데로서는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롯데는 이 기세를 몰아 올해에도 맥주 성수기인 여름철을 겨냥해 클럽 파티를 비롯한 다양한 이벤트로 소비자들에게 밀러를 경험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밀러와 밀워키 브루어스가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올 하반기에도 웃을 수 있을지 맥주업계와 야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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