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 다섯 차례나 무산돼
[ 박상용 기자 ]
한국GM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이 교섭 장소도 정하지 못한 채 삐걱거리고 있다. 노동조합과 회사가 서로 다른 장소에서 협상하자고 주장하는 바람에 상견례가 다섯 차례나 무산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 회사 노사가 극한 갈등을 겪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임금협상을 시작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지난달 31일과 이달 3, 4, 5일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교섭 장소였다. 회사 측은 인천 본사의 본관 회의실을 제안했다. 노조사무실이 입주한 건물에 있는 기존 교섭장(복지회관동 대회의실)은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노조원들은 지난해 7월 교섭 도중 사측 대표들을 이 회의장에 감금한 적이 있다. 출구가 하나밖에 없어 물리적인 충돌이 났을 때 피신하기도 쉽지 않다. 노조는 회사 측의 교섭장소 변경 요청을 거부했다. 수년간 이곳에서 협상한 만큼 장소를 바꿀 이유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회사 측이 협상 장소에 민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지난해 벌어진 ‘쇠파이프 난동 사태’(사진) 탓이다. 지난해 4월 한국GM 노조 집행부 50여 명은 성과급 지급 지연에 반발해 사장실을 점거했다. 쇠파이프로 사장실 집기와 화분을 부쉈다. 카허 카젬 사장은 황급히 다른 곳으로 피했지만, 이 사건 이후 항상 경호원을 주변에 두는 등 안전 문제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도 이 사건 직후 한동안 “한국에 가급적 출장을 가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다.
노조 측 단체교섭 대표 구성도 논란거리다. 노조는 단체교섭 대표 명단에 해고된 노조 군산지회장을 포함시켰다. 군산지회장은 지난해 노사 교섭 과정에서 회사 기물을 파손하고 폭력을 휘둘러 해고됐다. 현직 근로자가 아닌 사람을 교섭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노조는 금속노조 대표로 교섭에 참석하는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사측에 전달한 임금협상 요구안도 만만치 않다. 한국GM 노조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공통 요구안인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을 제시했다. 기본급 대비 인상률은 5.7%다. 성과급과 격려금을 합쳐 1650만원의 일시금을 별도로 지급하라는 요구까지 보탰다.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무리한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하겠다는 지난해 약속을 깼다. 노사 합의로 축소했던 복지 혜택도 원상 복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GM은 지난해 859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5년 연속 적자를 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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