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빚어내는 날것 그대로의 재미

입력 2019-06-06 17:57  

'머더 미스터리' '24시간 연극제'
즉흥성 강조한 무대 잇따라



[ 김희경 기자 ] 연극의 재미 중 하나는 즉흥성이다. 배우들이 현장에서 빚어내는 날것 그대로의 생생함이 화면으로는 느낄 수 없는 놀이성과 생동감을 선사한다. 이런 특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이색 무대가 연이어 올라 연극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서경대 공연예술센터에서 개막한 ‘머더 미스터리’(사진)는 극의 전개가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의 선택에 의해 좌우되는 추리극이다.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2013년 초연됐다. 영국 원작을 연출한 리지 스키키엑이 이번 한국 초연도 맡았다.

탐정 등 일곱 명의 등장인물이 무대에 먼저 오른다. 관객들은 직접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와 어떤 증거를 채택할지 등을 정한다. 우주선 발사 현장이나 누드 비치 같은 엉뚱한 장소도 사건 현장이 될 수 있다. 이어 단 한 명의 관객이 그날의 범인과 희생자를 선택한다. 다른 관객에게는 비밀이다. 이렇게 기본적인 설정이 끝나면 탐정과 여섯 명의 용의자가 속고 속이는 추리극을 펼친다. 공연은 오는 8월 11일까지.

오는 1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삼일로창고극장에서 열리는 ‘24시간 연극제’는 창작자들이 공연 24시간 전에 주제를 추첨해 작품을 만든다.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공동 기획한 이번 연극제에는 총 12개 팀 69명이 참가한다. 참가팀은 주제가 정해진 직후부터 단 하루 동안 15분 이내 길이의 공연을 제작해 발표한다. 이 과정에서 창작자들은 아이디어를 나누며 색다른 도전을 함께한다. 12개 참가팀이 서로에게 전한 창작주제는 ‘천주교 땅’ ‘변신’ ‘길 위에 서다’ ‘회피형’ ‘말’ ‘웃찾사’ ‘데우스 엑스 마키나’ ‘738’ ‘우주적 공포’ 등이다.

같은 주제를 팀별로 어떻게 해석하는지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매일 새롭게 정해지는 주제는 같은 날 발표하는 3개 팀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관객은 같은 주제의 공연 세 편을 보게 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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