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IT] 면허매입? 기금조성? 타다 논쟁엔 '결단'이 필요하다

입력 2019-06-07 09:24   수정 2019-07-26 10:02

택시업계, 카카오모빌리티 이어 타다와 갈등
"소모적 논쟁 지속보단 정책적 판단 있어야"
플랫폼BM 정립, 모빌리티 데이터 확보 관건




우버가 있었다. 저지했다. 다음은 카카오였다. 논란이 있었지만 어찌됐든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 그리고 ‘타다’다. 택시업계가 공격 타깃으로 삼은 승차공유(라이드셰어링) 모빌리티 기업들이다. 택시기사들은 말 그대로 생존권을 걸었다. 비유적 표현이 아니다. 분신이 이어졌다.

택시업계 입장에서 타다는 만만찮은 상대다. 알려진 대로 법적 문제 소지를 잘 피해갔다. 타다 서비스 제공자 VCNC에 운영사인 쏘카가 렌터카와 운전기사를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렌터카를 빌려주면서 11~15인승 승합차를 활용해 운전자 알선 예외조항을 파고들었다. 기존 승객운송계약 규제 법령으로는 타다 서비스를 막을 명분이 없다.

◆ 벤처기업가들까지 합세…판 커진 타다 논쟁

지난달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뛰어들면서 타다 논쟁의 ‘판’을 키웠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택시기사의 분신에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썼다. 최 위원장이 이 대표를 겨냥해 “이기적이고 무례한 언사”라 표현하니 이 대표는 “갑자기 이 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라고 비판했다. 다시 최 위원장이 “혁신의 승자들이 패자를 이끌고 함께 걸을 수 있길 바란다”고 하자 이 대표는 “혁신에 승자와 패자는 없다”고 재반박했다.

앞서 정부의 혁신성장본부 민간공동본부장을 맡았다가 사퇴한 이 대표인지라, 타다 논쟁은 그대로 ‘혁신 논쟁’이 되었다. 정부 인사의 훈수 해프닝으로 끝날 뻔했으나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가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벤처기업가 내부 논쟁으로 확전됐다.

네이버 공동창업자 출신인 김 대표는 타다가 택시업계와 마찰을 빚는 것과 관련해 ‘택시 면허 매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글과컴퓨터 창업자인 이찬진 포티스 대표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이재웅 대표는 요지부동이었다. “모빌리티 업체가 개인택시 면허를 사들이는 방식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김 대표는 다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글을 올려 “서민은 돈 내고 면허권 사고 차량도 구입해야 하는데 대기업이나 외국계는 그냥 앱(응용프로그램)이나 하나 만들어서 영업하면 되나”라고 강력 비판했다. “최소한 같은 기준으로 경쟁해야 한다. 4차 산업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날로 먹으려 들면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존 택시 서비스의 품질 논란과 별개로, 플랫폼 사업자인 모빌리티 업체가 ‘제대로 된 혁신’을 하는지 본질적 질문이 나오는 것으로 업계는 평가했다.


◆ "카풀이 왜 혁신이냐?" 봉이 김선달로 취급

모빌리티 전문가인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혁신전략연구소 정책위원은 모빌리티 산업 관련 규제를 다루는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왜 카풀이나 라이드셰어링이 혁신이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승차공유가 혁신의 외피(外皮)를 두른 ‘봉이 김선달’ 아니냐는 의구심인 셈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적자를 감수하면서 투자 유치를 받아 플랫폼을 선점하는 공유경제 방식이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인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타다만 해도 쏘카의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차량 유지·관리, 주차 문제 등이 사업 확장의 발목을 잡는다. 시장 선점이 최우선인 플랫폼 사업의 속성상 몸집을 키워야 하는데, 수익성 측면에서 언제든 부메랑으로 돌아올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는 얘기다.몇 년 만에 마이크로 모빌리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며 유명세를 탔지만 지금은 해외에서 대부분 철수한 중국 공유자전거 업체 오포가 이런 케이스로 분류된다.

김정호 대표가 직접 문제 사례로 언급한 우버도 마찬가지.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영국 가디언 등이 우버에 대한 회의론을 제기했다. 각각 인터뷰와 칼럼을 통해 우버의 비즈니스 모델이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하는가 하면 우버의 공유경제 모델은 ‘사기(스캠)’라고 저격하기까지 했다.

우버조차 자생력을 갖춘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외부 자본 유치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이유다. 따라서 이 모델이 지속가능한지 되짚어봐야 한다는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버의 최대 주주는 소프트뱅크다.

◆ 호주는 택시기금 조성, 핀란드는 요금자율화

승차공유 업체와 택시업계의 갈등은 해외라고 다르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사례는 호주다. 호주는 우버 합법화로 택시기사들이 반발하자 우버 이용 건당 1호주달러를 택시 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승차공유를 인정하는 대신 이로 인해 직접적 피해를 입는 산업군에게 일종의 ‘완충 패키지’를 제공하는 대안을 택한 것이다.

핀란드의 경우 택시 요금을 사업자가 직접 정하게끔 하고, 면허 총량규제를 없앴다. 택시업계에 일종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고 있다. 택시 요금 일률화는 국내 택시업계도 “묶어놓은 손발은 풀어주고 서비스 질 경쟁하게 해달라”며 불만을 표하는 지점이다.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지만 우리 정부는 뒷짐을 졌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카풀 합의 때 호주형 기금 조성도 검토된 것으로 알지만 최종 반영되진 못했다”고 귀띔했다. 차두원 위원도 “카카오 합의의 아쉬운 점은 ‘상생’ 모양새에 집중한 나머지 혁신을 수용하는 여러 방식의 합의 패키지를 시도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플랫폼 이익공유, 모빌리티 데이터 확보 '핵심'

플랫폼 사업의 핵심은 이익 공유와 협력 유도다. 동시에 모빌리티 산업이 중요한 것은 다양한 패턴의 데이터 확보라 할 수 있다. 모빌리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등 각종 파생산업으로의 응용이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민간 차원에서 승차공유 업체와 기존 업계의 갈등을 푸는 대안 중 하나로 블록체인 활용도 거론된다. VCNC의 타다와 똑같은 이름으로 싱가포르·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서비스하는 엠블의 타다가 좋은 사례다. 엠블은 ‘제로(0) 수수료’를 내세웠다. 중개자를 없애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혜택은 운전기사나 고객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이스라엘의 ‘블록체인판 우버’로 불리는 라주즈 역시 이와 유사한 모델이다. 블록체인 플랫폼 기반으로 토큰(가상화폐)을 발행, 기사들에게도 토큰을 분배해 성장 혜택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기술 관련 법률 자문을 주로 하는 정연택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눈앞의 승차공유 업체와 택시업계 간 분쟁은 핵심이 아니다”라면서 “현행 택시제도와 시스템을 유지한다 한들 몇 년 후 닥칠 자율주행 택시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 새로운 트렌드 자체를 막기는 어려운 만큼 길게 보고 큰 틀의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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