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대만을 '국가'로 언급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이 부정돼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지난 1일 발표한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에서 민주주의 국가들과 동맹 관계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기술하면서 대만을 국가로 언급했다. 보고서는 "싱가포르, 대만, 뉴질랜드, 몽골 등 모든 4개 '국가(All four countries)'는 전 세계에서 미국이 수행하는 임무에 기여하고 자유롭고 공개된 국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적었다.
미국 정부는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했다. 이는 지난 40년 동안 대중국 외교의 근간을 이뤄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대만과 교류를 강화하고 무기 판매를 확대하는 등 달라진 기조를 보였다. 미국 관료가 실수로 대만을 국가로 언급한 적은 있었지만 미리 준비된 문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에는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부 장관대행의 공격적인 대중국 비판도 담겼다. 섀너핸 장관대행은 보고서 도입부에서 중국 공산당을 '억압적인 세계 질서 비전의 설계자'라고 칭하면서 "중국 공산당이 이끄는 중화인민공화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 지역을 재편성하려고 하며 이를 위해 군사 현대화와 영향력 행사, 약탈적 경제 등을 동원해 다른 나라에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받았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전날 워싱턴에서 열린 안보 콘퍼런스에서 "미국은 갈등을 피하고자 중국 인민해방군과 교류를 계속하고 있지만 우리가 누구를 상대하는지에 대한 어떠한 환상도 없다"며 "우리는 대만에 대한 위협이 커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으며, 대만관계법에 따라 우리의 의무를 매우 진지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관계법은 미국이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폐기한 대만과의 공동방위조약을 대체하기 위해 대만에 대한 안전보장 조항 등을 담은 법이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최근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서 섀너핸 장관대행이 웨이펑허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에게 중국해역에서 북한 선박이 석탄을 옮겨 싣는 것을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안면인식기술을 사용해 상하이의 도로에서 운전자를 식별하는 기술을 가진 국가라면 이러한 역량을 이용해 자국의 영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을 중국이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북한 문제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압박을 요구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날 포럼에서 테드 요호 하원의원은 대만을 국가로 언급한 국방부 문서를 칭송하면서 "대만은 독립된 국가이고 중국은 이를 인정해야 한다"며 "중국은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전망이다. 대만 문제는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다. 중국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세계 어떤 나라나 기업, 단체와도 절대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엔 세계 44개 항공사에 공문을 보내 대만이 중국과 별개 국가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는 홈페이지 자료 등을 삭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모든 항공사가 이를 수용했다.
최근 1979년 대만과 미국이 단교 후 처음으로 양국의 국가안보 수장인 리다웨이 대만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회동했을 때도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두 개의 중국'이나 '하나의 중국, 하나의 대만'을 만들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결연하게 반대한다"며 "이것은 우리의 분명하고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