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골칫거리' 이산화탄소 먹고 전기·수소 생산…배터리의 무한 진화

입력 2019-06-07 14:51   수정 2019-06-07 15:01


수소와 산소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는 부산물이 ‘물’이다. 그래서 궁극의 친환경 전지로 불린다. 연료전지를 쓰는 수소차는 전기차에 비해 연비가 좋고 충전시간도 짧다. 다만 수소 저장 및 충전 인프라 확충, 안전성 확보 등이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는 수소차를 대폭 확대하고 수소차 동력원인 연료전지를 가정, 산업용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지난 4일 확정했다.

수소차와 경쟁관계인 전기차의 리튬이온 전지는 중국 유럽 등이 ‘제2의 반도체’로 간주하면서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삼성SDI,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 국내 대기업들도 시장 수성을 위해 유럽 곳곳에 리튬이온 전지 공장을 가동중이거나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진들이 ‘이산화탄소 먹고 수소를 만드는’ 연료전지 등 배터리 관련 연구성과를 잇따라 내놓아 주목된다.

○이산화탄소 잡아 전기와 수소를 동시에?

기체상태의 이산화탄소는 화학적으로 안정돼있다. 분자간 결합을 끊고 다른 물질로 바꾸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각국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전환기술에 몰두하고 있는 이유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김건태 에너지및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최근 이산화탄소를 넣으면 전기와 수소를 생산하는 연료전지를 만들어냈다. 원리자체는 새로운게 아니지만 발상을 바꾼 ’콜럼버스의 달걀‘같은 연구 성과다.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이면 수소이온(H+)과 탄산수소이온(HCO3-)으로 변환되는 과정에 주목했다. 전해질(물)을 산성화시키면서 전자의 흐름을 빠르게 만들어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 원리다. 그러나 이산화탄소를 녹여 이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은 효율이 낮고 폭발위험이 있었다. 충·방전을 반복할 경우 전극이 막혀버리는 것도 문제였다.

연구팀은 수산화칼륨 또는 수산화나트륨이 포함된 물을 전해질로 쓰고 전지 음극에 아연과 알루미늄을 넣어 문제를 해결했다. 칼륨이온(K+)과 나트륨이온(Na+)은 분리막을 넘나들며 탄산수소이온과 반응해 탄산수소칼륨, 탄산수소나트륨이 된다. 전기화학적 평형을 맞춰 안정성을 높이는 메커니즘을 만든 것이다.

이 전지에 이산화탄소를 흘리면 산성화된 전해질이 음극에 있는 전자를 빨아들여 전기흐름을 만들고, 양극(촉매)에 있던 수소이온은 전자를 만나 수소로 전환된다. 그동안 에너지원으로써 수소는 메탄가스로부터 주로 추출했다. 메탄은 온실가스라 대체 생산기술이 시급했다.

김건태 교수는 “이산화탄소를 빠르고 값싸게 줄이면서 수소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초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앙게반테 케미’ 지난달 22일자에 실렸다. 현재 SK 등 국내 에너지 관련 크고 작은 기업들이 김 교수에게 공동 연구개발을 제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충전속도 빨라질까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전지 충전속도와 용량을 끌어올릴 기술도 나왔다. 현재 리튬이온 전지 음극소재는 전도도가 높은 흑연이 주로 쓰인다. 그러나 용량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어 대체소재인 실리콘이 주목받고 있다. 음극에 실리콘을 쓰면 흑연보다 용량이 10배 이상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실리콘은 전도도가 낮고 충방전시 부피변화가 커 잘 깨지는 문제가 있었다.

포스텍 화학과 박수진 교수팀은 이런 실리콘의 단점을 ‘황 도핑’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최근 제안했다. 실리콘에 황을 균일하게 입히면 전기저항이 급격하게 감소되면서 전도도가 높아지고 리튬이온의 확산속도가 높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상용화된 리튬이온 전지 평가조건에서 검증한 결과 10분만 충전해도 흑연의 4배 이상 용량을 유지함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지난달 28일자에 실렸다.

○말고 접는 태양전지

‘3세대 태양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PeSC) 태양전지를 접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접는 전지는 곧 부착형 기기로 직결되기 때문에 언제나 주목받는 연구주제다.

다양한 성질을 띠는 금속산화물인 PeSC는 전도성이 높고 액체상태에서도 공정이 가능한 신소재다. PeSC 태양전지는 1세대인 실리콘, 2세대인 박막형 태양전지보다 공정이 간단하고 제조 원가가 싸다. 또 유연하게 만들 수 있지만, 아직 간단히 말 수 있는(rollable) 수준이다.

UNIST 신소재공학부 김주영 교수팀은 PeSC 태양전지의 금속산화물 투명전극을 ‘초박막’으로 설계하고 기판 두께를 15㎛로 기존(100㎛)보다 6분의 1 가량으로 줄여 ‘접을 수 있는(foldable)’ 정도까지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PeSC 박막에 대한 인장실험을 통해 탄성계수와 파단(깨지는)강도를 구하는 등 자체 물성 분석으로 이같은 연구성과를 냈다. 김주영 교수는 “PeSC태양전지의 활용범위를 레저용, 군사용, 우주용 등으로 넓힐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연구성과는 나노공학 분야 글로벌 학술지 ‘나노 레터스’ 지난달 23일자에 게재됐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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