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여아, 일주일 간 부모 없이 방치됐다가 사망

입력 2019-06-08 09:55  

인천 한 아파트에서 숨진 생후 7개월 여자아기는 1주일 가까이 부모 없이 혼자 방치됐다가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인천지방경찰청 여청수사계에 따르면 생후 7개월 A양이 숨진 채 발견된 시점은 지난 2일 오후 7시 45분이다.

A양 외할아버지는 딸 부부와 연락이 닿지 않자 사위 집에 찾아갔다가 거실에 놓인 종이 상자 안에서 숨져 있는 손녀를 발견했다. 종이 상자 위에는 이불이 덮여 있었다.

깜짝 놀란 외할아버지는 곧바로 112에 신고했고 경찰은 A양 부모인 B(21)씨와 C(18)양을 유가족 신분으로 참고인 조사했다.

B씨 부부는 최초 경찰 조사에서 "지난달 30일 오후 딸을 재우고서 마트에 다녀왔다"며 "귀가해보니 딸 양손과 양발에 반려견이 할퀸 자국이 있어 연고를 발라줬다"고 진술했다.

이어 "분유를 먹이고 딸 아이를 다시 재웠는데 다음날(5월 31일) 오전 11시께 일어나 보니 숨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실제로 태어난 지 8개월 된 시베리안 허스키와 5년 된 몰티즈를 집에서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왜 숨진 아이를 보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느냐"는 수사관의 추궁에 B씨는 "무섭고 돈도 없어 아내를 친구 집에 보내고 나도 다른 친구 집에 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베리안 허스키의 발톱이 길어 평소 나도 다친 적이 있다"며 "그냥 아이를 두고 가면 반려견이 또 할퀼 것 같아 종이 상자에 담아 이불을 덮어뒀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이 이 어린 부부가 살던 아파트의 주변 CCTV를 확인한 결과 이 같은 진술은 모두 거짓말로 확인됐다.

B씨 부부는 지난달 23일 저녁 심하게 다퉜다. 그날 오후 7시 15분께 C양이 남편과 딸을 두고 먼저 집을 나갔고, 남편도 40여분 뒤 딸을 혼자 두고 집에서 나갔다.

하루 넘게 A양을 반려견과 함께 방치한 이들 부부는 다음날인 24일 밤에야 따로따로 집에 들어간 뒤 A양에게 분유를 먹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남편은 귀가했다가 24일 밤에 다시 집을 나가고, 아내는 25일 아침에 집을 나가면서 A양은 다시 홀로 집에 방치됐다.

현재까지 경찰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아내가 집을 나가고 A양이 다시 방치된 시점은 25일 오전 7시로 추정된다.

A양의 정확한 사망 시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B씨 부부가 모두 집을 떠난 뒤인 25일 아침부터 B씨가 A양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31일 오후 4시 15분까지 약 1주일 간 A양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방치된 것이다.

B씨는 31일 먼저 집에 들어갔다가 아기가 숨진 사실을 확인하고는 15분 만에 나온 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들어가지 말라"고 말했다.

C양이 "왜 그러냐"고 하자 "그냥 말 들어라"며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C양도 같은 날 오후 10시께 집을 찾았다가 딸이 숨져 있는 것을 보고는 10분 만에 그냥 나왔다.

B씨 부부는 이달 1일 저녁 함께 집에 들어갔다가 1시간가량 머문 뒤 다시 나와 이후부터는 모텔에서 같이 지내며 이번 사건이 알려질까 노심초사했다.

결국 아파트 CCTV에 집을 드나든 시간대와 B씨 부부의 진술이 전혀 맞지 않았고, 경찰의 추궁 끝에 부부는 범행 사실을 모두 자백했다.

C양은 경찰 추가 조사에서 "평소 아이 양육문제뿐 아니라 남편의 외도와 잦은 외박 문제로 다툼이 많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B씨 부부의 신병을 확보했다.

경찰은 'A양의 위·소장·대장에 음식물이 없고 상당 기간 음식 섭취의 공백이 있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구두 소견을 토대로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평소에도 부부싸움을 자주 했다"며 "상대방이 아이를 돌볼 거라고 생각하고는 각자 외출했고 방치된 아이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과수는 1차 구두 소견으로 '피해자 체내에 음식물이 없었다'고 했지만 '아사(餓死)는 아닌 것 같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다"며 "정확한 사인은 정밀 검사결과가 나온 뒤 판단할 계획이고 반려견에 의한 쇼크사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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