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마켓+ㅣ 방탄소년단·트와이스 끌어올린 재팬머니, '반일' 역풍 맞나

입력 2019-06-09 08:29   수정 2019-06-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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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한령 이후 콘텐츠 큰손 자리 되찾은 일본
트와이스 日인기→JYP 시총 1조 돌파
일본내 '혐한' 기류와 함께 한국내 '반일' 기류도




기회인가, 위기인가.

JYP엔터테인먼트 시가 총액 1조원 돌파엔 트와이스의 일본 내 메가 히트가 있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1일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입성에 앞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한국어와 영어 외에 '일본어'를 지원했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산업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영향력을 엿볼수 있는 부분이다.

혐한 기류를 뚫고 일본 내에서 '신한류'라는 이름으로 한국 아이돌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국내에선 일본의 과도한 자본 침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역사, 정치적인 부분까지 얽혀있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국내 아이돌 팬덤에서 "한국팬을 역차별한다"는 목소리부터 "엔터사가 매국노"라는 감정적인 표현까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엔터 산업의 관심은 중국이었다. 팀에 중화권 멤버를 넣는 것에서 나아가 SM엔터테이먼트의 간판 그룹 엑소(EXO)처럼 중국과 한국에서 동시 활동하는 콘셉트의 그룹까지 등장했다. 한중합작 프로젝트 그룹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하지만 2016년 중국이 한국의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확정된 후 보복 조치로 한한령을 시행하면서 시장의 불안정성이 부각됐다. 하루아침에 중국의 돈줄이 막힌 것. 여기에 일본 내 한류 붐이 다시 일면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일본 의존도는 더욱 커지게됐다.

이 상황에서 트와이스의 히트와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 1조원 돌파는 다른 엔터사들에게도 자극이 됐다. 트와이스는 모모, 사나, 미나 등 일본인 멤버를 앞세워 한국 데뷔 2년 만인 2017년 일본에 진출했다. 이 앨범이 오리콘 차트 정상에 오르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올해엔 돔 투어로 21만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한국 콘텐츠에 열광하는 일본 팬덤은 고령층이 주를 이루던 1세대 한류와 달리 초등학생부터 20대, 30대까지 연령대도 확대됐다. 변화를 감지한 일본 역시 주머니를 더욱 적극적으로 열고 있다. 일본의 대표 걸그룹 AKB48을 탄생시킨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가 Mnet '프로듀스 101' 제작진과 손잡고 '프로듀스48'에 참여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한류 콘텐츠의 인기 만큼이나 일본 내에서는 '혐한', 한국 내에서는 '반일' 감정이 들끓는 분위기다. 더욱이 정치, 사회적인 문제에 일본이 예민하게 반응함에도 아이돌과 소속사 측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부분에 있어서 한국내에서 반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와이스 사나의 일본 연호 발언은 한일 양국의 극단적이 감정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지난 4월 30일 사나는 트와이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셀카와 함께 일본어로 일왕 퇴위와 관련된 아쉬움을 적었다.

몇몇 네티즌들은 "일본 대지진엔 애도를 표하고, 한국의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트와이스가 일본 계정이 아닌 한국 공식계정에 일본어로 된 일왕 퇴위 메시지를 적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측이 해당 글은 남겨 놓고, 비판하는 댓글들만 삭제한다는 사실까지 몇몇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면서 "일본을 눈치를 보느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됐다.

더욱이 트와이스 멤버 다현은 과거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기부 활동을 하는 마리몬드 브랜드 제품을 입었다는 이유로 일본의 정치인에게 공개적으로 저격을 당한 사례도 있어 사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비슷한 논란은 방탄소년단도 겪었다.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인기는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LOVE YOURSELF:SPEAK YOURSELF' 월드 스타디움 투어 일정에도 7월 6일과 7일 일본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 13일과 14일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 등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인기와 별개로 한국과 관련된 발언에 유독 날 선 반응도 보이고 있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2013년 광복절을 맞아 트위터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란 없다. 쉬는 것도 좋지만 순국하신 독립투사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대한 독립 만세"라는 글에 일본 매체들은 "일본을 비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지민이 유튜브 다큐멘터리 '번더스테이지'에서 잠깐 입고 등장했던 한국의 광복절 모습이 담긴 티셔츠를 캡처해 비난하기도 했다. 해당 티셔츠에는 '애국심'이라는 뜻의 영문 'Patriotism'과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우리 민족의 모습,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을 항복시킨 '원폭구름', 마지막으로 '태극기' 이미지가 프린팅 돼있다.

이 논란으로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일본의 과민 반응에 너무 저자세로 공식입장을 내놓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런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선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일본, 중국 등 주변 아시아권 국가에서 세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7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기준 세계 음반 시장(매출액 기준)은 191억 달러로 2015년 이후 3년간 1.3배 확대되었으며, 지역별로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한국 순으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방탄소년단의 성공 사례를 통해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성장한 밀레니엄 세대와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성과와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전했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한국과 중국의 정치적 논란이 과열되면서 새로운 지역으로 한류가 확대되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한국만의 독특한 콘텐츠로 변화하는 한류와 미디어 산업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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