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재길 기자 ] 첫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 화재는 2017년 8월 전북 고창변전소에서 발생했다. 이후 올 1월까지 ESS 시설 21곳이 추가로 불탔다. 정부는 1월 ‘민·관 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위원장 김정훈 홍익대 교수)를 꾸리는 한편 다중이용시설 설비 위주로 가동 중단을 권고했다. 한 번 불이 나면 전소(全燒)되는 특징 때문에 주변으로 옮겨붙을 확률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지금까지 운영을 멈춘 ESS는 전체의 30~40%에 달한다. 가동 중인 시설도 100%로 충전하지 못하고 있다.
원인조사위는 11일 ESS 화재의 원인을 첫 공개한다. 지난 5개월여 분석한 결과물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토대로 재발방지 대책을 동시에 내놓는다. LG화학 삼성SDI 등 전 세계 ESS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로선 ‘운명의 날’인 셈이다.
ESS는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도록 해주는 장치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엔 필수 장비다. 해가 뜨거나 바람이 불 때만 전기를 만들 수 있는 ‘간헐성’ 특징 때문이다. 이번 화재 원인 및 대책 발표는 첫걸음부터 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도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산업부는 같은 날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위한 공청회를 연다. 주택용에만 적용되는 누진제를 바꾸기 전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마지막 절차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냉방요금 폭탄’ 논란은 어떤 식으로든 다음달부터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민·관 전기요금 개편 태스크포스(TF)는 △매년 7~8월 누진구간 확대 △매년 7~8월 누진단계 축소 △누진제 완전 폐지 등 3개 대안을 내놓고 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을 받아왔다. 지금까지는 ‘누진제 폐지’ 의견이 90% 이상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날 당정 협의에서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을 공개한다. 상속공제 혜택을 받는 중소·중견기업의 사후관리 기간을 종전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고 업종 변경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게 골자다. 대를 잇는 기업가들의 숨통을 틔워주려는 시도는 반갑다. 하지만 ‘생색내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수준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하는 고용동향(5월)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작년 취업자 수 증가폭은 9만7000명으로, 2009년 이후 9년 만의 최저치였다. 올 2~4월엔 월평균 20만 명 안팎(각각 작년 동기 대비)으로 개선 추세를 보였다. 정부의 재정 투입을 통한 일자리 확대 정책이 효과를 지속했을지 아니면 단기 처방에 그쳤을지 확인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14일 ‘최근경제동향’(그린북) 6월호를 내놓는다. 그린북 5월호에선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생산·투자·수출 등 주요 실물지표의 흐름이 부진하다는 것이다.
국회는 이번주에도 겉돌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카드’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마저 무산됐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국회 소집을 요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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