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사설 깊이 읽기] 빅데이터 활용은 4차산업혁명 성공의 핵심이죠

입력 2019-06-10 09:02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사설] 금융·통신 빅데이터 활용, 다른 나라만큼은 열어줘야

금융위원회의 ‘금융 빅데이터 인프라 개설 및 구축방안’은 크게 봐서 두 가지를 담고 있다. 먼저 국내 5000여 개 금융회사가 수집한 4000만 명의 신용 관련 정보를 비식별 처리해 단계적으로 공개한다는 것이다. 당장은 5%인 200만 명의 대출·연체·카드·보험 정보만 공개하기로 해 전면 활용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다른 하나는 ‘금융 데이터 거래소’ 개설이다.

한참 늦었지만, 빅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에 정부도 눈을 떴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로 불리는 빅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은 다시 언급할 것도 못 된다. 빅데이터는 접근성과 활용이 요체라는 지적도 한두 번 나온 게 아니다. 금융뿐 아니라 의료·정보통신·에너지 부문 등과 더불어 국세청 사업자 정보와 경찰의 차량·교통 정보까지, 경제적으로 쓰임새 있는 빅데이터가 곳곳에 쌓여 있다. 과도한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접근이 가려져 왔을 뿐이다.

빅데이터 기반의 새 기술과 신산업은 너무도 빠르게 성장 발전하고 있다. 한국이 이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빅데이터 활용제한 규제’와 무관할 수 없다. 누적된 ‘자원 보고’인 빅데이터를 방치한 채로는 혁신성장도 헛구호에 불과하다. 개인정보의 오남용과 악용에 대한 걱정은 가명정보·익명정보 처리로 예방하는 게 선진국들의 보편적 추세다.

정부가 뒤늦게 움직이는 만큼 속도가 관건이다. 당장 국회에 계류 중인 신용정보법이 개정돼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개인정보 보호’를 외치는 일부 사회단체에 휘둘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업계 요구를 들어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학교 교육에도 빅데이터 활용계획을 세워야 하는 등 갈 길이 멀다. 행정 정보도 최대한 내놔야 한다. 금융과 의료 등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온 중국의 성과는 놀라울 정도다. 만년 ‘자원빈국’ 걱정에 앞서 최소한 다른 나라 하는 만큼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경제신문 6월 5일자>

사설 읽기 포인트
빅데이터는 '4차산업시대의 원유'
금융·IT·인공지능 등에 활용성 커
과도한 규제 풀어 쓰임새 키워야

빅데이터를 빼고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얘기하기 어렵게 됐다. 자동차의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의사 출현, 생산 공장의 무인 자동화 등 우리 주변에 성큼 다가온 미래형 서비스가 모두 빅데이터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신산업들이다.

빅데이터를 경제적으로 잘 활용하고 산업화, 사업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고 분류도 체계적으로 잘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모든 활동이 디지털화되면서 데이터의 축적 양과 속도는 놀랄 정도로 빠르다. 관리 프로그램의 발달과 데이터 보관 장치의 성능 개선으로 분류도 비교적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건은 접근성이다. 접근이 돼야 활용방안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빅데이터의 경제적 활용이 매우 어려운 게 한국의 현실이다. ‘개인 정보는 무조건 보호돼야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가 그만큼 컸다. 아무리 개인의 식별이 안 되도록 인별 정보를 익명화한다고 해도 반대의 벽을 넘어서기는 어려웠다. “환경 보호, 금산분리, 과거사 문제 등 논리와 이성, 과학이 잘 통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굳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물론 개인 정보의 오남용이나 악용에 대한 우려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2014년 카드회사 3곳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도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개인정보의 악용이나 의도적인 유출 및 유통 같은 일은 막아야 한다. 이런 범죄적 행위는 빅데이터의 활용과 관계없이 중죄다. 그렇다고 가명정보 익명정보로 비(非)식별화가 충분히 가능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자원 보고’를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다. ‘범죄에 이용되는 것이 걱정되니 요리용 칼을 만들지 말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많은 나라가 하고 있는 정보의 비식별화를 잘 받아들이고 이 분야 전문가들의 보완대책에도 귀 기울이면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부가가치를 획기적으로 올릴 방안들을 연구하고 모색해야 한다. 정부가 금융 분야에서 겨우 첫발을 뗀 격이지만, 활용할 정보나 응용할 분야는 곳곳에 널렸다. 날로 발전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와도 연계하고, 각급 학교 교육에도 활용해 나갈 필요가 있다. 미국 같은 IT 최강국은 물론, 빅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하는 중국의 성공사례와 발전상을 보면 답이 나온다. 국내에서 가로막히는 일이 많으면, 인재도 기술도 돈도 해외로 다 나갈 뿐이다. 일종의 풍선효과가 국제적으로 빚어지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필요한 법 개정을 해주지 않는다고 국회를 탓해서도 곤란하다. 정부 나름대로 할 일이 많다. 신용정보법에 관한 한 정부와 여당이 야당으로 책임을 미루는 것도 책임 있는 자세가 못 된다. 정부 여당이 개인정보 보호 그 자체에 교조적으로 매달리는 그룹들을 설득하고 정책적 장기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왕 데이터 거래소까지 만든다고 했으니 산업에 제대로 활용되도록 정부가 속도를 내야 한다. 때로는 방향 못지않게 일의 추진 속도가 관건이 된다.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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