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퀸' 임지영 "비올라와의 색다른 이중주 들려줄게요"

입력 2019-06-10 17:24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한 스타의 서울 무대

비올리스트 매슈 리프먼과
금호아트홀 연세서 듀오 공연



[ 윤정현 기자 ] “비올라는 바이올린이 표현할 수 없는 인간적인 온기를 갖고 있어요. 비올라의 신세계를 본 듯합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바이올린 퀸’ 임지영(24)이 특별한 공연으로 한국을 찾는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오직 두 대의 현악기 소리로만 채우는 듀오 무대다. 오는 13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연주회를 갖는 그를 서울 연세대 캠퍼스에서 만났다.

임지영은 2015년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로는 처음으로 우승했다. 해외 유학 경험이 전무한 스무 살의 실력에 세계가 놀랐다. 이후 국내외에서 연주활동을 펼치다 2017년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로 진학했다.

비올라와의 듀오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차세대 현악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매슈 리프먼(27)이 함께한다. 임지영은 “비올라와의 듀오 제안을 받았을 때 바로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동문인 매슈가 떠올랐다”며 “처음 호흡을 맞춰 보는데 너무 잘 맞아 놀랐다”고 말했다. 2015년 ‘에이버리 피셔’ 상을 받은 리프먼은 현재 링컨센터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뉴욕 스토니브룩주립대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그는 “2015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영상을 보고 처음 임지영을 알게 됐다”며 “이후 팬이 됐다”고 말했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듀오는 곡 자체가 많지 않아 국내에선 공연도 드물다. 임지영도 “바이올린, 비올라 듀오 공연은 본 적이 없고 이번에 연주할 곡도 하나 빼고는 모두 처음 배우게 된 곡들”이라면서도 “생소하겠지만 그만큼 더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금호아트홀의 ‘클래식 나우!’ 시리즈로 기획된 이번 무대에서는 모차르트의 듀오 1번과 2번으로 각각 1부와 2부의 문을 연다. 브라질 작곡가 빌라로부스의 듀오 작품과 마르티누의 3개의 마드리갈, 할보르센의 파사칼리아를 함께 연주한다. 리프먼은 “1부는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함께 춤을 추고 2부에선 입을 맞춰 노래한다”며 “전체적으로 균형있고 조화로운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임지영은 최근 일본음악재단의 후원으로 19세기 바이올린 명연주자이자 작곡가 비에니아프스키가 사용했던 스트라디바리우스 ‘사쎄르노’(1717), 리프먼은 RBP재단의 후원으로 1700년산 마테오 고프릴러 비올라로 연주한다. 두 명기의 만남에 대해 임지영은 “홀에서 리허설을 하는데 소리가 너무 좋아 ‘음반을 녹음해도 되겠다’고 매슈와 농담을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11일 광주 금호아트홀과 15일 부산 을숙도문화회관에서도 같은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올해 초엔 2015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파이널리스트’가 국내에서 개봉되기도 했다. 임지영을 포함한 결승진출자 12명이 1주일 넘게 벨기에 워털루의 저택 ‘뮤직샤펠’에 갇혀 결승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 임지영은 “마침 연주회 때문에 한국에 들어와 있을 때여서 영화관에 가서 봤다”며 “당시의 기분이나 감정이 생생하게 다시 살아나 좋은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콩쿠르 우승 이후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첼리스트 스티븐 이설리스 같은 세계적인 거장들과 앙상블 무대를 꾸며온 그는 올해 연주 일정도 빡빡하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이달 말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 다음달 초 당 타이 손과 듀오 무대를 갖고 8월엔 한국에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9월에는 독일에서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휘하는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과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어린 나이에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단시간에 낯선 환경을 마주해야 했던 그는 새로운 문화와 사람들을 접하며 성장 중이다. 여유로우면서도 여전히 겸손한 그에게 모차르트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를 담은 2017년 데뷔 앨범(워너클래식) 이후 녹음 계획을 물었다. “녹음은 발자취를 남기는 거잖아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제게 맞는 곡을 자신있게 할 수 있을 때 도전하고 싶어요.”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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