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저임금
(2) 숙식비 공제
(3) 쿼터 확대
(4) 사업장 변경
[ 김진수 기자 ] “4개월 전 출국했던 외국인 근로자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3년 계약에 추가로 1년10개월 근무한 성실근로자입니다. 회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 만큼 처우도 개선해줘야죠.”(수도권 한 중소기업 대표)
“입국 후 3개월이 지나 외국인 등록증을 받자마자 근무 태도가 엉망입니다.친구가 근무하는 좀 더 편한 곳으로 옮기려고 합니다. 골칫덩이를 떠안은 것 같습니다.”(육가공 중소기업 관계자)
2007년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이후 매년 수만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에 들어온다. 올해 외국인 근로자 배정규모(쿼터)는 5만6000명. 이 중 제조업 분야에 4만700여 명, 나머지는 건설 농업 어업 서비스업 등에 배정된다. 이들 외국인 근로자는 국내 청년층이 기피하는 중소기업 현장에서 노동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그로 인한 잦은 이직 요구 등으로 중소기업계는 골치를 썩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도 둘로 나뉜다. 현지인력으로 채울 수 없는 대체인력이란 긍정적 평가 못지않게 인건비 대비 노동생산성이 낮은 잠재 이직자란 부정적 평가가 비등하다. 중소기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하는 외국인 근로자 채용과 관련, 4대 쟁점을 살펴봤다.
뿌리산업 등은 ‘외국인 쿼터’ 확대 요구
올 들어 1월과 4월 두 차례 외국인 근로자 신청에서 미달 사태가 빚어졌다. 최저임금 인상과 업황 부진 속에 외국인 근로자 수요가 2014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만성적으로 근로자가 부족한 업종이 있다. 소재·부품 산업의 기초를 이루는 도금, 금형, 용접 등 뿌리산업 분야다. 근무 환경이 열악하고 힘든 이른바 ‘3D 업종’으로 꼽히는 식료품, 섬유제품, 고무·플라스틱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업종에 대해서는 외국인 고용한도(쿼터)를 20% 상향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층의 취업 기피 현상이 지속돼 내국인 근로자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 근로자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직종별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인력 부족률이 제조업은 평균 2.2%인 데 비해 뿌리산업과 식료품은 각각 3.7%로 높다. 이들 업종은 현행 20% 상향한 외국인 고용한도를 40%까지 확대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한 도금업체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를 늘리는 게 뿌리산업의 기반을 유지하는 현실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적용 방안 개선해야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시행한 ‘외국인력 고용 관련 숙식비 제공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는 언어소통 장애 등의 이유로 노동생산성이 내국인 근로자의 87.5%에 불과하다. 하지만 급여 수준은 내국인 근로자의 97.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근로자 관리 때 어려움으로 ‘의사소통’(51.2%)과 ‘잦은 사업장 변경’(14.2%) 등이 꼽혔다.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국내 근로자와 동일하게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는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현행법상 단순노무가 아닌 경우 3개월간 수습(10% 감액) 기간을 둘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는 대부분 단순노무 업무를 수행한다고 인식돼 수습 기간을 두는 것도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2년간의 수습 기간을 두고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1년차일 때는 최저임금 20%를 감액하고 2년차는 10%만 감액하는 방식이다.
‘숙식비 공제 여부’ 확실하게 규정해야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업체의 96%(중기중앙회 자료)는 약 40만원에 달하는 월 숙식비 부담을 떠안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가 급증하는데 숙식비까지 챙겨야 해 경영부담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이 많다.
고용부는 2017년 2월 고용 업체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업주가 적정 수준의 숙식비를 외국인 근로자에게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외국인 근로자 숙식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를 마련했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이 동의서에 서명을 거부하고 있어 숙식비 공제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숙식비를 사후 공제할 경우 노골적으로 이직을 요구하기도 해 관련 규정이 유명무실하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숙식 제공 및 비용공제 업무 지침을 표준근로계약서에 포함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요구다.
사업장 변경 요건을 강화해야
외국인 근로자가 더 좋은 사업장으로 옮기기 위해 꾀병 결근 태업 등을 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회사에서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 어쩔 수 없이 근로계약을 해지한다. 현행법에서는 입국 후 최초 3년간 3회, 재고용 1년10개월간 2회 등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고 있다. 법무부가 2017년 시행한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첫 직장에서 1년을 채운 외국인 근로자가 39.9%에 그쳤다.
회사는 외국인 근로자 채용 및 숙박시설 운영 비용, 생산 차질에 따른 납품 지연, 신규 외국인력 쿼터 소진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 후 1년간 근무처 변경을 불허하는 일본의 기능실습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단 휴업 또는 폐업은 예외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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