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에 불과한 박수훈 씨(사진)는 부동산 경매로 1년 만에 2억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1600만원을 투자해 얻은 수익이 2억4000만원이다.
건설자재 업체에 다니는 직장인 3년차인 그를 지난 1일 한국경제신문사 사무실에서 만나 부동산 경매의 비결을 물어봤다.
대출을 통해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 박씨가 얘기하는 부동산 경매의 매력이다. 좋은 매물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위험성(리스크) 높은 부동산을 피하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 경매가 2030세대에게는 재테크의 기회를, 5060세대에는 새로운 도전의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얘기했다.
◆ 휴게소서 츄러스 팔던 공학도…부동산에 뛰어들다
박수훈 씨는 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다. 2015년 대학교 4학년이었던 그는 다른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취업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학교 내 창업사무실과 초기 운영 자본을 지원받아 애플리케이션(앱)을 제작하게 된다.
"당시 친구들과 만들었던 앱은 '유휴공간을 활용한 공간 대여 서비스'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홍보를 위해 자금이 필요했지만 투자업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직접 마케팅을 해봤지만, 잘 되지 않았죠."
창업의 꿈은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직장이 없던 그들에게 수익 역시 있을 리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주변의 도움으로 장사를 통해 사업 자금을 마련하려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창업했지만 투자를 한다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휴게소에서 츄러스까지 팔았는데 결국 중간에 사기를 당했죠. 사회 경험이라도 쌓아야겠다는 생각에 회사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박씨는 2016년 취직한 건설자재 업체의 영업직으로 3년째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취업 후에도 항상 '돈 벌 궁리'를 했다. 빠르게 변하는 주식과 비트코인은 성향에 맞지 않았다. 눈에 들어온 것이 부동산 경매였다.
"부동산은 주식이나 비트코인처럼 변수가 많지 않고, 상대적으로 시장 환경이 느리게 변하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다만 초기 투자금이 많이 필요했죠. 적은 돈으로도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경매였습니다. 지난해부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인터넷 까페, 오프라인 스터디 등을 통해 공부하고 자문을 구한 뒤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 경매낙찰잔금대출, 최대 80%까지 자금 조달
부동산 경매는 채권자의 요청으로 법원이 돈을 갚지 않은 채무자의 부동산을 매각해 채권자의 돈을 대신 찾아주는 절차다.
먼저 채권자가 서면으로 부동산의 경매를 신청한다. 법원은 부동산 경매 개시결정을 한 후 채권자와 채무자 등 이해관계인들에게 이를 통보한다. 법원 집행관은 조사를 통해 부동산의 임대차, 점유 관계 등을 확인한다. 이후 감정평가를 통해 감정가가 정해진다. 감정가를 바탕으로 경매가 진행되며 법원은 낙찰자(최고가 매수인)가 정해지면 매각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경매는 안 좋은 것 아니냐' '리스크가 너무 크지 않냐'는 등의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경매에 나온 매물은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발생한 금전적 마찰로 나온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부동산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낙찰자는 해결사라고 보면 됩니다. 채권자에게는 못 받은 돈을 주고 채무자에게는 빚을 덜어주니까요."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것은 경매낙찰잔금대출(경락잔금대출)이라는 제도 덕분이다. 시중은행이나 제2금융권에서 낙찰받은 물건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리는 6% 내외며 낙찰가의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박씨는 경락잔금대출을 활용해 법원이 내놓은 물건을 사서 다시 되파는 형태로 수익을 남긴다. 그는 1년 만에 부동산 경매를 통해 총 6건의 부동산을 낙찰받았다. 그 중 2개를 매각해서 2억4000만원을 벌었다. 초기 투자금 1600만원에서 15배 불어난 수준이다. 두 곳의 부동산에서는 월 78만원의 임대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나머지 두 곳은 인테리어 공사 등을 진행 중이다.
경기도 광주 소재 빌라와 경기도 평택 소재 상가는 대출이자를 내고도 각각 월 24만원과 54만원의 순수익이 발생한다. 서울시 서대문구 소재 오피스텔과 서울시 강북구 소재 다세대 주택은 인테리어를 다시 해 낙찰가보다 적게는 6000만원, 많게는 1억7700만원 비싸게 매도했다.
"좋은 부동산을 고르는 것은 당연하고 자신이 잘 팔 수 있는 부동산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분은 자신이 해야하기 때문이죠. 잘 모르거나 팔기 어려운 부동산을 골랐다면 수익을 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경락잔금대출로 부동산을 낙찰받은 만큼 매도할 때는 온갖 방법을 써야합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하거나 동네 부동산, 그래도 안 팔린다면 인테리어 공사 등의 방법을 활용해야 합니다."
◆"면밀하게 권리분석해야…매매 수월치 않으면 회피"
그는 부동산 경매 투자에서 리스크는 본인의 능력에 따라 충분히 회피(헷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박씨는 매물을 고를 때 '권리분석'을 한다. 권리분석은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 권리'를 알아보는 것이다. 말소기준권리, 등기부등본상 권리, 임차인(세입자) 현황, 배당금 현황 등이다.
"낙찰받은 부동산에 대해 어떤 사람이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느냐를 확인해야 합니다. 경매 진행 시 어떤 권리가 오갔는지 서류에 남게 되는데, 이를 통해 낙찰 후에 본인이 부담해야할 책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면 경매를 포기한다. 권리분석의 과정에서 리스크 헷지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좋은 부동산은 임대 및 매매 수요가 많은 지역에 있는 매물이다. 자신이 잘 아는 지역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별한 공식이 있다기보다는 자신이 보유한 현금과 투자 성향에 따라 지역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역세권이나 교육 등 주변 환경이 좋은 지역을 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서울에 살고 있는데 인천이나 다른 지역의 특성을 모르고 투자하면 실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방이라고 해서 안 좋은 것도 아닙니다."
그는 부동산 경매 투자에 있어 좋은 부동산을 고르는 것이 핵심이라면서도 아파트 빌라 상가 등 특정 부동산을 낙찰 받으라고는 하지 않았다. 다만 꼭 피해야할 부동산은 있다고 했다. 대출이 안 나오는 부동산, 임대와 매매가 수월하지 않은 지역의 부동산 등 리스크가 뻔히 보이는 물건이다.
"경매 물건에 따라 대출 자체가 안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권리상 하자가 있거나 낙찰 후 분쟁이 예상되는 매물이죠. 동대문 두타 같은 쇼핑몰 상가 등은 대출이 나오지 않습니다. 구역이 잘게 쪼개져 있기 때문입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의 4층 이상은 임대와 매매가 수월하지 않죠. 임대가 맞춰지지 않는다면 대출까지 잘 받아놓고 매월 상당한 이자가 나가게 됩니다. 싸게 낙찰받아 임대를 주는 매력이 없어지는 거죠."
◆"부동산 경매 2030에게는 기회"
박씨는 자신이 속한 2030세대가 부동산 경매를 재테크 수단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부동산 경매 투자는 현실적으로 2030세대가 금수저로 나갈 수 있는 방법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돈을 불러오기 때문에 소액이라도 조금씩 자금을 불려가는 것이 중요하죠. 직장인의 경우 월급만 가지고는 돈을 불리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소액으로도 가능한 부동산 경매를 통해 자산을 늘려가는 기쁨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5060세대에게는 부동산 경매 투자가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실질적으로 가장 많이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는 연령이 5060세대입니다. 하지만 경매를 하고 계신 분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경매를 몰라 하지 않는 분들보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체의 문제보다는 사람 사이의 금전적인 일로 부동산이 경매에 나오는만큼 관심을 기울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영상=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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