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집에는 사람이 필요하다

입력 2019-06-12 17:35  

송언석 < 자유한국당 의원 esong63@naver.com >



할아버지 제삿날이 곧 돌아온다. 할머니와 60년 이상을 고향집에서 해로하시다가 1년 사이에 사이좋게 함께 하늘나라로 가셨다. 4대에 걸쳐 대식구가 농사일을 하며 살던 고향마을의 옛집은 두 분이 돌아가시고 난 뒤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으로 남아 있다.

지역을 다니다 보면 사람의 발길이 끊겨 방치돼 있는 빈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여기저기 허물어지고 사람 대신 거미줄만 치렁치렁 매달린 빈집을 보면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받는다.

마을을 돌며 의정보고회를 하고 있으면 인근 주민들이 찾아와 빈집이 주거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라고 대책을 호소하곤 한다. 온갖 쓰레기의 무단 투기 장소가 돼 악취나 모기 등 해충의 본거지가 되고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나 실제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낙인효과로 인해 나쁜 동네로 인식되면서 결과적으로 주변 주택 가격도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은 2015년 107만 채에서 2017년 127만 채로 늘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국회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지난해 2월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나서 빈집 실태 조사를 하고 정비 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 하지만 올해 2월까지 빈집 실태 조사를 완료한 지자체는 12곳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농촌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빈집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준공 후 분양되지 않아 빈집으로 남은 악성 미분양 아파트가 전국적으로 1만8000가구에 달한다. 이 중 85% 이상이 지방 소도시에 집중됐다. 특히 경북과 경남, 충남지역을 합하면 전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심각성을 더한다.

악성 미분양 문제는 가뜩이나 얼어붙은 지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영세 지방 건설사들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도산 위기에 처할 것이다. 정주여건을 조성하고 상권을 형성하는 데도 장애가 될 수 있다. 얼마 전 정부는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수도권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곡소리가 들린다. 특히 사정이 어려운 지방 건설사들은 주택 수요가 외부로 빠져나갈까 봐 걱정하고 있다.

노령화로 빈집이 계속 늘어나면서 작은 농촌 마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지방의 소도시마저 ‘유령도시’로 전락할까 걱정스럽다. 빈집을 보면 왠지 꺼림칙한 기분에 시선을 피하게 된다. 사람들에게 집이 필요하듯 집에도 사람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주택정책을 올바로 세워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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