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침체의 늪' H&B스토어…매장 설계도 다시 그린다

입력 2019-06-13 11:00   수정 2019-06-13 14:45


온라인 화장품 유통의 확산으로 성장 정체를 맞고 있는 헬스 앤 뷰티(H&B) 스토어들이 매장 설계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현재와 같은 전략으로는 글로벌 H&B스토어나 이커머스와 경쟁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체험형 서비스를 늘리고 상권별 맞춤 매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H&B스토어인 올리브영 매장 수는 2016년 800개, 2017년 1010개, 지난해 1100여개로 점점 신규 출점 속도가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12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롭스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2개 적은 26개를 출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랄라블라는 오히려 매장 수가 감소하고 있다. 랄라블라는 2017년 186개이던 매장 수가 지난해 168개를 거쳐 최근에는 159개까지 줄었다. 매장별 수익성이 감소하고 적자폭이 커지자 과감히 점포를 정리하는 것이다.

H&B스토어가 성장 정체를 맞고 있는 것은 우선 업계 내 경쟁 심화가 꼽힌다. H&B스토어 시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K뷰티 열풍이 불면서 함께 급성장했다. 2013년 6000억원이던 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6년 만에 세 배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업체 수가 많아져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H&B스토어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올리브영(CJ)을 비롯해 랄라블라(GS), 롭스(롯데), 시코르(신세계), 부츠(이마트), 판도라(메가마트) 등 10여개 업체가 경쟁 중이다. 이 중 수익을 내고 있는 업체는 올리브영 정도에 불과하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대거 끊긴 데다 구매력이 있는 20~30대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소비 채널을 바꾸고 있다는 점도 H&B스토어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및 화장품 브랜드에서 매일 쿠폰 발급 경쟁을 하면서 뷰티 용품은 오프라인보단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며 "H&B스토어에서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테스트해보고 구매는 결국 온라인으로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내 H&B스토어들은 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판매 전략을 바꿔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올리브영은 우선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공식 온라인몰에서 주문한 제품을 3시간 안에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매장을 통해 배송 받을 수 있다. 화장품도 자장면처럼 배달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올리브영은 또 상권별 맞춤형 매장도 강화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20~30대 소비자가 많이 찾는 강남점은 색조 화장품을 강화하고,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를 1층에 전면 배치하는 식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동점은 K-뷰티 대표 제품인 마스크팩과 기초 화장품을 전면에 내세운다.

롭스는 1인 가구 증가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1인 가구가 확대되면서 실용적이면서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아이템이 크게 유행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롭스는 이 때문에 매장 내에서 잡화 상품의 비중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상품들을 롭스에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온라인 경험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해 온·오프 경계를 허무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앱을 통해 상품 바코드를 촬영하면 고객 후기로 연결되거나 리뷰를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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