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변호사 짜고 '정준영 여친 불법 촬영'은폐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촬영·유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가수 정준영이 2016년 불법촬영 혐의로 처음 입건됐을 당시, 이 사건을 맡았던 경찰 수사관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13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당시 정준영 사건을 담당한 팀장 A씨(54)를 직무유기 공동정범,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밝혔다.
정준영의 담당 변호사 B씨(42)도 직무유기 공동정범, 증거은닉, 증거인멸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으로 범행을 벌였을 때 각자를 해당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는 의미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8월 정준영이 전 여자친구의 신체 일부를 불법촬영한 혐의로 고소됐을 당시 정준영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지 않고 정준영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며, 불법촬영물 유포 여부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처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당시 B씨에게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저장 매체에 남은 정보를 분석)을 의뢰했다고 하지 말고 휴대전화를 분실한 것으로 쉽게 쉽게 하면 될 것"이라며 증거은닉을 먼저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상급자인 여성청소년과장·계장이 휴대전화를 압수해 증거물을 확보하라고 지시하자, 사설 디지털 포렌식 업체를 방문해 '데이터 복원이 불가하다'는 확인서를 써달라고 부탁했다가 거절당했다.
B씨는 A씨에게 식사를 접대한 뒤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거짓 확인서를 제출했다.
결국 A씨는 포렌식의뢰서의 '1~4시간 후 휴대전화 출고 가능. 데이터는 평균 24시간 이내 복구 완료됩니다'라는 안내문을 가리고 복사하는 허위보고서를 작성했으며 피해자가 요청한 불법촬영물 유포 수사는 손도 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돈을 받았다거나 하는 등 유착 연결고리가 나오지 않았고, 본인이 '빨리 사건을 끝내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봐주기 의혹은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씨의 2015년 마약 투약 혐의 당시에도 있었다. '봐주기 수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 2명이 입건되기도 했다.
"우리 삼촌과 아빠가 경찰총장과 베프(친한 친구)"라고 인맥을 자랑했던 황하나가 경찰은 또 상황실을 둘러봤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황씨가 경찰서에서 큰 소리로 울고 있었고, 마침 지나가던 경무과장이 황씨를 달래는 과정에서 황씨가 상황실을 보고싶다고 하자 보여준 것"이라고 담당 경찰은 해명했다.
황하나에게 건네받은 마약을 투약한 대학생이 구속되는 상황에서도 황씨를 소환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민주노총 집회가 많아서 바빠서 그랬다"는 믿지 못할 해명을 내놓았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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