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의 성능을 평가할 때 ‘터치감이 좋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터치스크린 기술이 보편화되면서다.
촉각의 효과에 주목한 연구 결과로 ‘택타일 효과(tactile effect)’라는 게 있다. 일정 수준의 신체 접촉이 사회생활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내용이다.
한 대학 도서관에서 사서들이 책을 대출해주는 과정의 신체적 접촉이 어떤 효과를 가져다주는지 실험했다. 근무 시간 절반은 평소처럼 일하고, 나머지 절반은 상대방이 의식하지 못하는 수준의 가벼운 신체 접촉을 하면서 책을 대출해주도록 했다. 연구팀은 도서관 밖에서 기다리다가 대출 서비스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그 결과 신체적 접촉이 있었던 학생들은 사서가 웃으면서 업무를 처리했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연구팀은 실험을 설계할 때 사서들에게 웃지 않도록 요구했다. 결국 신체적 접촉이 사서들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은 가게의 주인들도 오랜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택타일 효과를 활용하는 듯하다. 백화점 등의 의류매장에서는 점원이 옷을 꺼내 입혀주곤 한다. 그 과정에서 가벼운 신체 접촉이 유발된다. 이런 스킨십은 자연스레 해당 매장과 점원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게 된다.
촉각과 관련해서는 ‘신체화된 인지효과(embodied cognition effect)’ 또한 중요하다. 이는 손이나 발 등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이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 분야에도 신체화된 인지효과를 확인해주는 실험 결과가 많다. 실험대상자에게 차가운 커피잔을 들게 하고 특정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면 상대적으로 강한 성격이라는 답변이 많다. 따뜻한 커피잔을 들게 하고 같은 질문을 했을 때는 부드러운 성격이라는 답변 비율이 높아진다.
보다 정교한 실험 결과도 있다. 한 그룹은 실내온도를 섭씨 15~16도로 설정하고, 또 다른 그룹은 섭씨 22~23도로 설정했다. 그리고 특정 영화를 소개한 뒤 해당 영화를 대여하기 위해 지불하고 싶은 금액을 제시하도록 했다. 그 결과 로맨틱 영화의 경우 실내온도가 높은 그룹에 비해 낮은 그룹이 12달러 이상 지불 의사가 더 높았다.
바야흐로 ‘촉감(touch)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소비자 설득을 위한 촉감에 대한 연구와 이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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