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장관 "시민 실망시키고 아프게 해" 공개사과…사퇴는 거부

입력 2019-06-17 07:56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추진에 분노한 홍콩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홍콩판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케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공개사과를 끌어냈다.

케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16일 오후 8시30분(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정부 업무에 부족함이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홍콩 사회에 커다란 모순과 분쟁이 나타나게 하고, 많은 시민을 실망시키고 가슴 아프게 한 점에 대해서 사과한다"고 밝혔다.

송환법 반대 운동이 시작되고 난 뒤 케리 람 행정장관이 시민들에게 직접 사과 메시지를 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공개사과에 나선 이유는 송환법 반대 시위 때문이다. 2주째 초대형 송환법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전날 고공시위를 벌이던 송환법 반대 시민이 추락해 사망한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민심이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케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 2주간 매우 많은 시민이 시위를 통해 의견을 전달했다"며 "정부는 시민들의 시위가 홍콩에 관한 관심과 뜨거운 애정에서 나온 것임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민들이 줄곧 평화롭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며 "행정장관은 홍콩이 문명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 다원적 사회로서 줄곧 상호존중, 화이부동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음을 인정한다"고 했다.

케리 람 장관은 이어 정부가 강력한 시민들의 이견을 고려해 '송환법' 업무를 중단했다. 향후 입법 활동을 재개할 시간표를 갖고 있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케리 람 장관의 공개사과는 지난 9일 103만명(집회 주최 측 추산)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 이후 이날 다시 100만명 이상이 모인 것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집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그의 사퇴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케리 람 장관은 계속 홍콩 행정 수반으로서 업무를 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폈다.

그는 "최대한의 성의를 다하고 가장 겸허한 태도로 비판을 수용하면서 (잘못된 점을) 고쳐 나가 더욱 많은 시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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