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성의 블로소득] 칼 뽑는 금융위, 가상화폐거래소 명줄 노린다

입력 2019-06-17 08:33  

금융위, 가상화폐 거래소에 엄정 대처 방침
특금법 개정안, FATF 기준 맞춰 재수정 계획




“규제는 안 받고 장사만 하려 든다. 지금 내놓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보다 더 강력한 법안을 다시 내놓을 예정이다. 중요한 건 정부안 아니겠느냐.”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AML) 대응에 대해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가 내놓은 평가다. 이 관계자는 “가상통화를 이용한 자금세탁 신고가 많이 들어온다. 법 개정이 늦어지면 가이드라인을 연장해 규제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금융위는 디지털 혁신이 지속되면 금융과 정보기술(IT) 산업이 하나로 결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중앙집권적인 금융업체들의 기능을 해체하거나 전문화할 파괴적 기술 혁신이란 인식이다. 국가간 송금, 스마트계약 등에서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새로운 산업에 맞춰 규제도 바꿀 방침. 지난 13일 고려대에서 열린 블록체인연구소 산학협력포럼에서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우리나라 금융규제는 1960년대부터 굳어온 아날로그 시대 화석 규제다. 새로운 산업을 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가상통화 개념과 용어도 성격을 명확히 해 '암호자산'으로 바뀌었다. 국회 법안소위에서 용어 변경이 반영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이와 별개로 암호화폐 공개(ICO)나 암호화폐 거래소 등의 불법행위엔 철저히 대응하기로 했다. 사기 범죄, 투기성, 자금세탁 등이 주요 포인트다. 특히 자금세탁은 7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평가단 실사도 앞두고 있어 금융위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단 금융위는 시중은행 등에 현장점검을 나서는 등 밀접한 스킨십을 갖는 데 반해 암호화폐 거래소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굳이 거래소와 접촉할 필요가 있느냐”며 “이미 입장을 담은 법안을 1월에 내놓았다. 개정하면 그때 얘기하고 법대로 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기존 정부안은 이달 발표될 FATF 기준에 맞춰 더 강화될 전망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에 칼바람이 예고된 것이다.

금융위가 내놓은 특금법 개정안에는 AML을 위해 금융기업 등이 거래의 자금세탁 위험을 분석·평가해 위험도에 따라 관리를 차등화하는 업무체계를 구축하고, AML 업무수행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발생하는 모든 거래를 들여다보고 자금세탁 위험도를 측정해 관리해야 하는 셈이다.

이러한 관리가 부실하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가령 의심거래를 보고하지 않았다면 건당 1800만원을 과태료로 부과한다. 반복되는 업무에 건별로 부과하기에 과태료 총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FATF 기준은 특금법보다도 깐깐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FATF는 1000달러(약118만원) 이상의 거래를 하는 송금인, 수취인 정보를 암호화폐 거래소가 보관, 당국에 제공해야 한다는 안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 방식은 민간 분야에서 기술적 자문을 받아 이달 확정할 계획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아직까지 암호화폐 거래를 추적, 탐지하지 못하고 있다. 타 거래소와 거래가 발생할 경우 자금세탁의 위험성 평가는 물론, 송금인과 수취인 정보 파악도 불가능한 상태다. 금융위 입장까지 강경해 이대로 가면 피바람을 면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특금법이나 FATF 기준안에도 여러 문제들은 존재한다. 일선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개별적으로 준비해 맞추기 어려운 비현실적 기준”이라면서도 “어느정도라도 금융위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면 사업을 접어야 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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