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요건 등 시장진입 어려워
정부 "맞춤형 규제완화 추진"
[ 박신영 기자 ] 2012년 출범한 미국의 핀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에이콘스는 ‘잔돈 재테크’라는 사업모델로 자산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 대열에 올랐다. 사용자가 에이콘스 앱(응용프로그램)에 연동된 결제수단으로 3달러50센트짜리 물품을 구입하면, 4달러로 결제가 이뤄진 뒤 잔돈 50센트는 투자에 활용된다. 국내에선 이 같은 핀테크 기업이 출현하기 힘들다.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와 투자중개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데 10억~30억원의 자본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내 핀테크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맞춤형으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7일 금융위 자본시장연구원 핀테크지원센터가 주최한 ‘글로벌 핀테크 규제환경 분석과 개선방향 세미나’에서 “글로벌 핀테크 유니콘을 육성하기 위해 전략적인 맞춤형 규제 완화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손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을 국내 규제 환경에 적용한 결과 절반 이상이 불법이거나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로펌 테크앤로의 최근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그는 “어떤 규제를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할지 전략적으로 검토하고 고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세미나 발제에서 해외 15개 유망 핀테크 기업의 사업모델과 이들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한 규제 완화 방향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미국 크레디트카르마라는 회사는 고객의 신용점수 향상을 위한 금융자문과 금융상품을 추천해주고, 금융회사로부터 광고비를 받는 핀테크 업체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 같은 서비스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핀테크 기업들이 신용조회업을 하기 위해선 자본금 50억원 이상에 지분의 50% 이상을 금융회사에서 출자받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된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손 부위원장은 “실제 비즈니스에 필요한 규제 환경이 어떤 것인지 조사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규제 개혁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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