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철강사 국내 진출 시도에 업계 '곤혹'

입력 2019-06-17 16:54  

산업 리포트

중국發 공급과잉·무역전쟁 후폭풍도 벅찬데…

칭산강철, 부산시에 투자의향서
韓철강 제재 확대 빌미 될 수도



[ 강현우 기자 ] 철강업체들은 수년간 중국발(發) 공급과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시작된 무역전쟁 후폭풍으로 수출길이 좁아지는 가운데 중국 업체의 공습까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8년 기준 글로벌 철강 수요는 18억t 수준인 반면 생산능력은 22억t에 달한다. 연간 4억t가량 공급과잉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철강 생산능력의 절반인 10억t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내 수요는 8억7000만t으로, 세계 초과 공급의 30%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철강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2016년부터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낡은 유휴설비를 없애는 한편 최신 설비 신설로 생산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생산량 기준 세계 1위 스테인리스강 업체인 중국 칭산강철의 부산 진출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칭산강철은 최근 부산 외국인투자지역에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투자의향서를 부산시에 제출했다. 투자 규모는 1억2000만달러(약 1400억원)이며 연간 60만t의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을 생산할 계획이다.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시장은 연 100만t 규모다. 이 중 40%는 수입 제품이 차지하고 있으며 포스코를 포함한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사들은 60만t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칭산강철의 생산 계획이 국내 업체의 공급 규모와 맞먹는다.

칭산강철은 국내 생산 예정 물량 60만t 중 30%인 18만t만 내수로 공급하고 42만t은 수출해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스테인리스강 수출량은 포스코가 18만t, 스테인리스 냉연 3사(현대제철·현대BNG스틸·대양금속) 합계 9만t으로 총 27만t에 불과하다.

칭산강철이 국내에서 수출하겠다는 29만t은 현재 한국의 전체 스테인리스 냉연 수출량보다 많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또 칭산강철은 파이프로 13만t을 수출하겠다는 계획인데, 파이프는 부피가 커서 운임과 포장비가 비싼 탓에 수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

결국 칭산강철이 중국에서 생산한 스테인리스 반제품을 한국으로 수입해 가공, 재판매하면 한국은 하청 생산기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우려다. 또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제재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이 한국을 통해 우회 수출하면 국내 철강제품으로 무역 제재가 확대되는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철강회사 노동조합들도 일제히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고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범정부 차원에서 부산시의 칭산강철 투자 유치 철회에 나서달라’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금속노조는 “국내 스테인리스 산업이 고사하고 관련 분야 수많은 노동자가 실직으로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철강협회는 최근 칭산강철 이슈와 함께 저품질 중국산 철강재 수입에 따른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총 공사비 500억원 미만의 소규모 민간 공사는 시공자가 품질관리계획을 수립할 의무가 없어 관리·감독이 소홀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불량 철강재가 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설명이다.

철강협회는 “중국산을 국산이나 일본·유럽산으로 원산지를 위조한 제품들이 국내 건설 현장이나 공장에 공급되는 사례가 최근에도 발생하고 있다”며 “산업 안전은 물론 국민 안전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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