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남의 일 아닌 日 '노후자금 2천만엔 부족' 논쟁

입력 2019-06-17 17:26  

'노후생활비 2억 부족' 경고에 난리난 일본
저출산·고령화 심각한 한국에 더 큰 과제

국중호 < 日 요코하마시립대 교수·경제학 >



요즘 일본에선 ‘노후자금 2000만엔(약 2억원) 준비 필요’가 큰 화제다. 금융청 금융심의회 작업반이 지난 3일 발표한 ‘고령 사회에서의 자산형성·관리’ 보고서가 발단이 됐다. 무직 고령 부부의 평균 생활비가 노령연금만으로는 매월 5만엔 정도 모자라 30년간 약 2000만엔 적자가 날 것이란 지적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총무성 가계조사에 따르면 무직 고령 부부의 지출은 26만4000엔인데 수입은 20만9000엔으로 매달 5만5000엔이 부족하다. 연금 수급 후 30년을 더 산다고 가정했을 때 미달 금액이 1980만엔(5만5000엔×12개월×30년)이란 계산이 나온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현역기, 은퇴기 전후, 고령기를 통한 자금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보고서는 자조(自助) 노력으로 자산형성과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촉구한다. 보고서를 읽어보면 ‘노후 대비를 위해 자산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일본인들은 보고서의 지적에 왜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궁금해진다. ‘안전·안심’을 지향하는 일본인의 심리에 뭔가 엄청난 불안을 안겨줬을 것이란 추측을 해본다.

역사적으로 일본인은 개인이 책임지는 독립적인 행동보다 조직 내 주어진 자리에서 별 탈 없이 일하며 지내는 데 익숙하다. 연공서열, 종신고용, 기업 특수적 인적자본이 일본 기업의 특징이었다. 시대가 변하며 기업의 고용관행이 바뀌고, 비정규직 비중(2018년 37.8%, 총무성 노동력조사)도 크게 늘어나면서 노후를 대비한 안정적인 수입 확보가 불안해졌다.

가구 구성 변화로 가족 간 고령자 부양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조부모·부모·자녀 3대 동거 가구는 1975년 54.4%에서 2017년 11.0%로 현격히 줄어들었다(총무성 국민생활기초조사). 같은 기간 1인 가구는 8.6%에서 26.4%로, 부부 2인 가구는 13.1%에서 32.5%로 부쩍 늘어났다.

고령 사회를 둘러싼 환경이 변하면서 일본 정부는 2004년 ‘100년 안심’을 내걸며 연금개혁을 단행했다. 일본인이 강조하는 안전·안심의 근저에는 ‘시스템의 안전’과 그에 따른 ‘정서적 안심’이 자리한다. 그들에게는 ‘노후자금 2000만엔 준비 필요’라는 지적이 공적연금 제도의 시스템적 불안정으로 비쳤고, 그것이 심리적 불안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일본의 ‘노후자금 2000만엔 준비 필요’ 논쟁은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이 아니란 점에서 중요하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고령화와 저출산이 매우 빠르게 이뤄지고 사회보장은 덜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작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고령화율은 한국이 14.3%로, 일본(28.1%)의 절반 수준이지만 2050년에는 한국(38.3%)이 일본(37.7%)을 앞지를 전망이다(통계청 및 총무성 통계국 자료). 작년 합계출산율도 한국은 0.98명으로 일본(1.42명)에 비해 저출산 정도가 훨씬 심각하다.

우리 앞엔 노령연금 제도의 안정적 유지에 더해 곧 다가올 ‘인구절벽’(젊은 세대의 급격 감소)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가로놓여 있다. 사회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직감하는 한국 젊은이들은 장래 불안을 느끼며 결혼과 출산을 주저한다. 연금을 비롯한 사회보장의 실태와 청사진을 보이며 국민을 안심시키는 정책 발굴과 합의 도출 작업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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