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대체로 비관론 우세 VS
"클라우드·5G 수요 증가 꾸준"
[ 최만수 기자 ] 반도체 경기 턴어라운드(회복) 시점을 놓고 증권가 전망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 업종 베스트 애널리스트끼리도 정반대 의견이 나온다. 펀드매니저 사이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이제부터 담아야 할 때’라는 의견과 ‘아직 이르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SK하이닉스 7년 만에 분기 적자”
삼성전자는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00원(0.23%) 하락한 4만390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이후 4만1800~4만5900원의 좁은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연초 이후 지난 4월까지 공격적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모으던 외국인 투자자는 5월 4350억원어치 순매도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다시 99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기관도 ‘사자’와 ‘팔자’를 반복하고 있다. ‘큰손’들이 뚜렷하게 방향을 잡지 못하고 관망하면서 주가도 게걸음하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비관론이 우세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6조463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26.6% 줄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8274억원으로 같은 기간 57.7% 급감했다.
D램 가격이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지난 7일 당초 10%(전 분기 대비)로 예상했던 3분기 D램 평균 판매가격(ASP) 하락폭을 10~15%로 추가 조정했다. 하반기부터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당초 전망을 뒤엎은 것이다.
반도체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꼽히는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이 대표적인 비관론자다. 그는 SK하이닉스에 대해 하반기에도 실적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올 4분기에 7년 만의 적자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올 4분기 영업적자 2776억원을 시작으로 내년 2분기까지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3월 이후에나 비중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이 신 아스트라자산운용 글로벌헤지운용본부장은 국내 반도체주에 대해 “롱(보유)보다 쇼트(공매도)해야 할 구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직 반등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설명했다.
“하반기부터 반등 기대”
키움증권 반도체 베스트 애널리스트인 박유악 연구원은 긍정론을 제시했다. 박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해 “올해 4분기부터 영업이익 1조원대를 회복할 것”이라며 업종 톱픽(최선호주)으로 꼽았다. 그는 “데이터 서버용 D램은 중국 수요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의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비중을 확대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액티브운용실장도 전망을 비교적 밝게 봤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 상용화로 데이터센터 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란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2011~2012년 4세대(4G) 도입 때도 많은 투자자가 휴대폰용 D램 수요 증가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5G와 클라우드 서비스로 반도체 사용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반도체 사이클의 저점을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현재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는 구간”이라며 “외국인이 연초 이후 국내 반도체주를 사들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올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3조163억원어치, SK하이닉스 주식을 626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올해 초 55.6%에서 현재 57.1%로 높아졌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에 대해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5G 네트워크 장비 판매가 증가할 것”이라며 “디스플레이 부문의 업황 개선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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