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기업의 조건은 뭘까. 개인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소비자의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신뢰와 믿음은 그냥 형성되지 않는다. 소비자를 수동적인 상품 구매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주체로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착한기업’이어야 한다. 사회적 가치란 안전, 고용 등 모든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다.
요즘 사람들은 단순 소비자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기업이 더 나은 사회를 이루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 부정과 갑질을 일삼는 기업,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대신 높은 사회적·환경적·윤리적 기준을 준수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이런 기업에서 내놓는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한다. 근로자들은 직원을 존중하는 기업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단순한 소비자 만족과 이익 실현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는 시대가 됐다.
한국 경제는 오랜 기간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다. 이면에 가려진 사회적 약자와 공동체를 위한 고민은 부족했다. 그 결과 비정규직과 파견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가 많아졌다. 희망적인 것은 언제부터인가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이 ‘나’에서 ‘우리’라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이 공존과 상생을 얘기하고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등 사회적 가치 창출에 나서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도로공사도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 고속도로 안전순찰원과 시설관리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의 정규직 전환도 추진 중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안에 사회적 기업 매장을 입점시키고 청년 취업 및 창업을 지원한다. 온라인 플랫폼인 ‘도공기술마켓’을 통해 중소기업의 시장 진입도 돕고 있다. 건설현장의 공사대금 체납을 근절하기 위해 ‘공사대금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고속도로 교통사고 유자녀를 돕는 장학사업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서로가 밀접히 연결된 사회에서 이웃의 불행은 마치 전염병처럼 나와 내 자녀들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 활동도 마찬가지다. 물건을 사려는 사람에게 돈이 없는데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나 혼자만 잘살아서는 결코 행복해질 수도 없다. 한국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마음으로 우리 사회에 유익한 씨앗을 뿌려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행복과 즐거움도 전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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