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구태회 LS회장의 외손자
전자부품사 경영…전문 컬렉터
일본·중국 수집상에게 넘어가는
북한 우표의 '국내 지킴이' 자처
[ 장현주 기자 ] “우표는 한 나라의 역사를 담고 있는 문화재입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 우표 대부분이 일본 또는 중국인 수집상에게 넘어가고 있어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렵게 모은 북한 우표들이 언젠가는 통일 시대의 문화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현 (주)태인 대표(42·사진)는 북한 우표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배전반 등 전기전자 부품을 생산하는 태인의 이 대표는 고(故) 구태회 LS그룹 명예회장의 외손자다.
어머니는 구 회장의 둘째 딸인 구혜정 씨며, 아버지는 이인정 태인 회장이다. 이 대표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과 대한체육회 남북체육교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북한 우표 수집가다. 지난 1일에는 경기 파주 임진각에서 북한 우표 특별전시회를 열었다. ‘북녘의 자연’을 주제로 연 전시회에서 북한 우표 576종, 950여 장을 소개했다. 그는 “1985년 아홉 살 때 우표 모으는 친구를 만난 뒤부터 34년째 취미로 삼고 있다”며 “프랑스 파리로 신혼여행을 가서도 아내 손을 잡고 희귀 우표를 찾아다닐 정도였다”며 환히 웃어보였다.
북한이 발행한 6500여 종의 우표를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이 대표도 처음부터 북한 우표를 수집한 건 아니었다. “2014년 국내에서 열린 세계우표전시회에서 북한 우표가 큰 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해당 우표의 출품자가 일본인이었죠. 자세히 알아보니 이미 수많은 북한 우표가 일본과 중국의 수집상에게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북한 우표를 수집하기 시작했죠.”
“우표 분야만은 북한도 상업적”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의 전설적 투자가인 짐 로저스가 “동전과 우표는 북한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는 “이념적인 상징을 담은 우표도 있지만 스포츠와 민속적인 내용을 그린 우표도 많다”며 “북한 우표는 재질과 완성도 면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아 세계적인 수집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했다.
남북한 우표를 비교하는 전시회를 여는 게 그의 꿈이다. “남북한 우표를 살펴보면 정약용, 김구, 안중근 등 공통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흥부전, 그네타기 등 민속적인 요소도 공유하고 있죠. 반대로 반공우표, 반미우표 등 첨예한 대립을 보여주는 우표도 존재합니다. 우표를 통해 남과 북이 소통할 수 있는 전시회를 여는 게 목표입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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