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이란 원자력청(AEOI)은 이란이 열흘 내에 이란핵협정에 따라 규정된 농축우라늄 저장한도량을 넘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 연료 등에 쓰이는 농축우라늄 생산도 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자지라와 이란 국영 IRNA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흐루즈 카말반디 AEOI 대변인은 이날 “오늘부터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며 “이란은 10일 내에 저농축우라늄 저장한도량 300㎏을 넘길 것이고, 오는 27일 이후부터는 국가적 필요에 따라 우라늄 농축 수준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란이 저농축우라늄 생산량을 이미 기존 대비 네 배로 올렸다”고 말했다. AEOI는 이날 테헤란에서 서남쪽으로 240㎞ 거리에 있는 핵 시설 아라크 중수로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카말반디 대변인은 또 “국가적 필요에 따라 우라늄 농축 수준도 높일 수 있다”며 “기존 3.67% 수준인 저농축우라늄 외에도 테헤란 연구용 원자로에 쓰기 위해 20% 농도 농축우라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은 지금도 20% 농도 우라늄을 농축할 능력이 있다”며 “최고국가안보회의 등의 결정을 거쳐 생산량과 생산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무기를 만들려면 통상 농도 90% 이상인 고농축우라늄이 필요하다.
저농축우라늄 300㎏은 이란핵협정에 따라 이란이 2030년까지 보유할 수 있는 최대 저장한도량이다. 이란은 지난달 8일 이란핵협정 일부를 이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성명을 발표했고, 지난달 20일엔 저농축우라늄 생산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카말반디 AEOI 대변인은 “이는 이란의 상대국에 이란이 기존 원심분리기만 갖고도 핵기술을 충분히 보유할 수 있음을 보내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날 AEOI는 이란핵협정 서명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 경제적 지원 조치를 속개하라고도 촉구했다. 이란핵협정 내용에 따르면 이란은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협정 당사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 조치를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작년 11월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 재개 이후 유럽 국가 등으로부터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란과 유럽이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무역을 할 수 있도록 세운 금융 특수목적법인(SPV) ‘인스텍스’는 지난 1월 발족 이래 공전 상태다.
이란은 다음달까지 인스텍스를 가동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유럽과 협상이 결렬될 경우 아라크 중수로 변경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카말반디 대변인은 “유럽 국가들이 경제 제재 조치로부터 이란을 보호할 시간이 아직 남았지만,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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