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돌아온 우디와 버즈…당당해진 女 캐릭터 눈길

입력 2019-06-17 18:03  

20일 개봉 '토이 스토리 4'


[ 유재혁 기자 ] ‘토이 스토리’는 애니메이션 역사를 새로 쓴 명작이다. 디즈니의 투자를 받은 제작사 픽사는 수작업으로 그려온 셀(2D) 애니메이션 전통에서 벗어나 1995년 세계 최초로 컴퓨터그래픽(CG)으로 그린 3D 장편 ‘토이 스토리’를 내놨다. 3000만달러를 들인 이 영화는 세계에서 3억6000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렸고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속편이 제작됐다. 2010년 ‘토이 스토리 3’는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세계 흥행 수익 10억달러를 돌파했다. ‘주인이 보지 않는 동안 장난감들이 살아 움직인다면’이란 상상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기술과 예술을 절묘하게 결합해 인간 세상을 뛰어나게 풍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토이 스토리 4’(사진)는 충직한 카우보이 인형 우디가 새로운 인간 주인 보니와 함께 사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디는 장롱 속에 처박힌 채 보니에게 잊히면서도 장난감은 주인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명감을 실천하려 애쓴다. 보니가 유치원에서 일회용 숟가락으로 만든 인형 포키는 장난감이기를 거부하고 원래 고향인 쓰레기통으로 돌아가려고 하고, 그때마다 우디는 포키를 찾아내 보니에게 가져다준다. 어느 날 실종된 포키를 다시 찾아 나선 우디가 옛 여자 친구인 보핍을 만나 새로운 모험을 펼친다.

장난감들의 행보는 만남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하는 사람도 이별의 시간은 오게 되고, 새로운 만남의 과정에서 누구나 조금씩 성숙해진다. 주인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인형, 그런 운명을 거부하고 자신의 본능으로 살고 싶은 인형, 주인에게 버림받은 후 실의에 빠지거나 오히려 독립적인 삶을 살려는 인형. 캐릭터들의 다양한 모습은 우리 삶에 대한 여러 가지 시선을 대변한다. 영화는 이들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재단하지 않는다. 만남과 헤어짐은 자연의 섭리이며, 각자에게 어울리는 상대와 삶을 선택하라고 말한다.

다만 상대에 대한 편견은 경계하라고 주문한다. 가령 보니는 다른 품질 좋은 인형들보다 자신이 쓰레기를 모아 만든 포키를 가장 애지중지한다. 사랑의 본질도 스스로 시간과 노력을 많이 쏟은 대상을 향하는 것이다.

도자기인형 보핍은 가장 독립적인 캐릭터다. 보핍은 주인이 바뀌는 운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은 삶을 개척한다. 팔이 부러져도 아무렇지 않은 듯 수습해 천으로 감아 붙이는 대목은 놀랍다. 디즈니가 ‘알라딘’의 재스민 공주처럼 여성 캐릭터들을 능동적이고 진취적으로 확 바꾼 전략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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