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대기업 퇴직 임원 연결…"윈윈 고용모델"

입력 2019-06-18 17:25  

인력 매칭 플랫폼 '탤런트뱅크'를 아시나요

1대1 심층 인터뷰 거쳐 등록
입소문 타고 1000명 인력 확보



[ 나수지 기자 ] 크레텍책임은 국내 최대 공구유통기업이다. 매출 4500억원, 직원 수 700여 명의 이 중견기업엔 고민이 있었다. 85명 수준의 영업인력이 매달 각각 1000~2000통에 달하는 전화 상담을 하고 있어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크레텍책임은 대기업 퇴직 임원 인력풀을 확보하고 있는 탤런트뱅크에서 해답을 찾았다. 삼성에스원에서 고객관계관리(CRM)를 담당했던 김경탁 전 대표가 1주일에 2~3일씩 총 7주간 근무하면서 크레텍책임에 노하우를 전수했다. 컨설팅 비용은 하루 30만원 선.

강중구 크레텍책임 이사는 “사내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어 다른 경영 컨설팅도 추가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시 1년 만에 인력풀 1000명 확보

평생교육 전문기업 휴넷의 사내벤처인 ‘탤런트뱅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서비스를 선보인 뒤 1년 만에 1000여 명의 시니어 전문가 풀을 확보했다. 시니어 전문가와 중소기업의 연결이 성사된 건수도 누적기준 400건을 돌파했다.

조영탁 휴넷 대표(사진)는 “서비스를 한 번 이용해 본 기업이 다시 의뢰하는 비율이 60%가 넘는다”며 “기존 고객이 다른 기업을 연결해주는 등 입소문을 타면서 인력매칭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탤런트뱅크는 대기업 퇴직 임원을 중소기업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정직원 고용이 아니라 프로젝트별로 협업하는 구조다. 조 대표는 “대기업에서 임원까지 지낸 고급 인력을 교육하려면 오랜 기간 큰돈이 든다”며 “하지만 퇴직과 동시에 이들의 노하우와 능력을 썩히게 되는 현실이 안타까워 서비스를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검증된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경쟁 사업자와 다른 탤런트뱅크만의 강점이다. 탤런트뱅크의 인력풀에 등록하기 위해선 A4용지 1~2장 분량의 이력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탤런트뱅크의 프로젝트매니저가 지원자를 직접 만나 1시간가량 지원자가 기업에서 담당했던 업무,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점검해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인재풀에 등록시킨다.

中企-시니어은퇴자 상호 ‘윈윈’

전문가와 중소기업의 계약 형태는 다양하다. 월별로 고정급을 지급할 수도 있고, 시간별로 임금을 책정할 수도 있다. 협의 방식에 따라 성공보수를 지급할 수도 있다. 탤런트뱅크의 수수료는 전문가로부터 15% 안팎, 기업으로부터 10% 안팎 수준이다.

중소기업은 전문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고용유연성도 높일 수 있다. 은퇴 전문가는 사회활동을 이어갈 수 있어 반응이 좋다. 조 대표는 “인력풀에 참여한 전문가들에게 등록 이유를 물었더니 ‘사회에서 역할을 하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며 “직장을 떠나 은퇴 후 삶에 연착륙하려는 사람들이 탤런트뱅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사내벤처로 출범한 탤런트뱅크는 빠르게 성장하면서 올해 말 목표로 분사를 준비하고 있다. 서비스 대상 기업을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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