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중 증가율 1위
반 년 만에 시총 90兆 재돌파
[ 송종현 기자 ] ‘팰리세이드’ 등 신차 효과, 작년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 효과 등에 힘입어 현대자동차그룹 시가총액이 올 들어 10대 그룹 중 가장 많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그룹 상반기 실적이 역대급 감소세를 보였음에도 전체 시총은 5%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현대차 LG 삼성그룹 세 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감소해 상위 3개 그룹이 평균 증가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株 증시에서 고속 질주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12개 현대차그룹 상장 계열사 시총 총합은 92조73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5.9% 증가했다. 10대 그룹 중 상반기 시총 증가율 1위다. 2017년 말 95조8280억원이었던 현대차그룹 시총은 2018년 1년간 17.1% 쪼그라들어 지난해 말엔 79조4382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이후 반년 만에 다시 90조원 선을 재돌파했다.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 중엔 현대글로비스의 상반기 시총 증가율이 26.3%로 가장 높았다. 기아자동차(25.6%) 현대위아(23.8%) 현대차(18.1%) 현대차증권(17.6%) 등이 뒤를 이었다.
현대차그룹 다음으론 LG그룹(증가율 7.7%) 삼성그룹(7.4%)이 뒤를 이었다. 두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화학과 삼성전자가 석유화학 및 반도체업종의 업황 악화로 실적이 대폭 악화됐는데도 시총 규모는 커졌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 등으로 글로벌 인덱스펀드 자금이 유입되면서 시총 상위권에 포진한 삼성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덕을 봤다는 분석이다.
부진 이어진 롯데·한화
상반기에 시총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롯데그룹이었다. 11개 계열사 시총 총합이 24조3118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0.9% 줄었다. 롯데그룹주는 시총이 작년 한 해 6.2% 축소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감소세가 이어졌다.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냉각된 투자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룹 ‘맏형’ 롯데쇼핑이 이커머스로의 유통 패러다임 전환, 내수 경기 악화 등 요인으로 23.7% 쪼그라들어 롯데지주(-26.3%) 다음으로 감소폭이 컸다.
한화그룹(7개 계열사) 시총은 작년 말 12조2149억원에서 10조9001억원으로 10.7% 줄어 감소율 2위였다. 한화그룹주는 작년 한 해 시총이 10대 그룹 중 가장 많은 31.4% 줄었다.
그룹 양대 축인 한화생명(-38.9%)과 한화케미칼(-36.7%)이 감소율 1, 2위였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한화그룹의 경우 방위산업, 화학, 생명보험 등 증시에서 프리미엄을 받기 어려운 업종 위주로 사업구조가 짜여 있다”며 “주요 업종 업황이 갑자기 턴어라운드하기도 쉽지 않아 하반기 중 시총 10조원대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실적 개선 그룹은?
다만 일각에선 “롯데·한화그룹은 하반기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고돼 지금 선제적 투자에 나설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있는 한화그룹 3개 계열사의 하반기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총 1조37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1% 늘어날 전망이다. 10대 그룹 중 예상 증가율 1위다.
작년 하반기 21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한화케미칼이 올해는 245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흑자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한화(77.9%) 한화에어로스페이스(39.2%) 등의 예상 증가율도 높다. 한화에 이어 현대차(9개 계열사·하반기 예상 증가율 73.4%) 롯데(4개·24.1%) 등의 순으로 실적 개선 폭이 클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업황 회복 시점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SK그룹(7개·-64.3%) 삼성(12개·-39.0%)은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포스코그룹도 포스코 부진 여파로 하반기 영업이익이 10.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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