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언의 이슈프리즘] 10년 후 한국을 걱정하는 이유

입력 2019-06-18 18:23   수정 2019-06-19 08:39

김수언 편집국 부국장


[ 김수언 기자 ] “지금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주 열린 사장단과의 경영전략 점검 회의에서 이 같은 위기감을 나타냈다. 삼성이 처한 현실을 보면 의례적인 수사(修辭)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과거 이건희 회장이 종종 했던 말이라 해도 그렇다. ‘지난해 매출 244조원의 삼성전자는 정점을 지나가고 있을까, 그렇지 않을까.’ 누가 봐도 위기 상황인 삼성은 지금 그 갈림길에 서 있는 듯하다.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이 부회장의 말을 들으며 떠오른 것은 삼성이 아니었다. ‘기업’이란 단어 대신 ‘국가’ 또는 ‘나라’라는 단어를 집어넣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어느 나라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괜한 엄살이라면 좋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10년 뒤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투자 매력이 사라진 나라

국내외 기업이 매기는 한국의 투자 매력도는 이미 바닥이다. 해외로 나가는 공장과 돈이 국내로 들어오는 공장과 돈에 비해 훨씬 많아진 지 오래라는 점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상속세 등의 문제로 해외로 이주하는 부자도 늘고 있다.

최근 정부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는 141억1000만달러였고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신고 기준)는 31억7000만달러였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 투자한 규모가 해외 기업이 국내에 투자한 돈의 5배에 가깝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중에서도 숨막히는 규제 환경 등을 피해 다른 나라로 공장을 옮기는 곳이 적지 않다. 중소기업인 사이에서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기 전에 옮겨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제조업 일자리가 14개월째 감소하고 있는 이유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핵심 경제지표인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두 축이다. 지난해 기준 GDP 중 제조업 비중은 30%, 서비스업 비중은 59.1%였다. 문제는 서비스업 경쟁력도 떨어진다는 데 있다. 한국은 제조업이 흔들릴 때 서비스업이 이를 떠받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기존 서비스업 생산성은 제조업의 절반에 불과하다. 생산성이 제조업의 80% 이상인 미국, 유럽 주요국과 상대가 안 된다. 여기다 빅데이터, 원격의료 등 미래형 서비스 산업까지 숨막히는 규제 탓에 좀체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과연 무엇으로 앞으로 10년을 지탱할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이제 현실을 직시하라"

경제학자 공병호는 2004년 《10년 후, 한국》을 펴냈다. 다가올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쓴 책이다. 그는 서문에서 “나의 직관이나 통찰, 판단이 언제나 정확하지는 않다”면서도 “살아남고 싶다면 이제 현실을 직시하라”고 썼다. 그러곤 “앞으로 경제는 역동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며 외부 요인도 있지만 더 큰 요인은 우리 내부에 있다”고 적었다.

한국 사회는 공병호가 우려했던 길을 거의 그대로 따라왔다. 경제의 역동성은 사라졌고 내부 갈등과 대립은 커질 대로 커졌다. 공병호는 △주력산업이 흔들린다 △떠나는 기업들, 사라지는 일자리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사람들 △약진하는 노동조합 △대미 외교, 감정만으로는 안 된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 △깊어가는 세대 간 갈등 등을 예측했다.

지난 10년처럼 제조업 공장이 계속 빠져나가고 뒤처진 서비스업 경쟁력을 방치하는 10년이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힘겹게 연 3만달러 시대는 지금이 아니라 과거에 흘린 땀의 결과다. 10년 뒤를 생각한다면 지금 달라져야 한다.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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