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썰쩐] '라이징 스타' 황준혁 "38% 고수익 비결은 생존주"

입력 2019-06-19 09:57   수정 2019-06-19 09:58

(25-끝)황준혁 KTB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정부 정책상 중소기업의 고용 여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때문에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이 지속될 것입니다."

황준혁 KTB자산운용 펀드매니저(사진·32)는 여의도에서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다. 2016년 12월부터 운용해온 'KTB리틀빅스타' 펀드를 통해 투자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KTB리틀빅스타'의 2014년 4월 설정 이후 지난달까지 누적수익률은 46.63%다. 그가 주도적으로 운용한 최근 3년 수익률은 38.45%를 기록하고 있다. 기준지수(벤치마크)와 비교하면 38.36%포인트나 더 높다.

벤치마크는 투자의 성과를 평가할 때 기준이 되는 지표다. 수익률이 벤치마크보다 높으면 성공적인 투자로 평가한다. KTB리틀빅스타의 벤치마크는 코스피 중형주지수 50%, 코스피 대형주지수 30%, 코스피 소형주지수 20%로 구성돼 있다.

지난 12일 KTB자산운용 사무실에서 황 매니저를 만나 고수익의 비결을 들어봤다. 여전히 중소형주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었다.



◆"Survivals take it all(생존자가 모두 갖는다)"

황 매니저는 "정보기술(IT)주와 반도체의 올해 영업이익은 27% 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코스닥 기업들은 20~30%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중소형주에 대한 정책 수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우선 문재인 정부는 벤처붐을 이끌겠다고 천명했다. 핀테크와 바이오의 규제가 사라지고 있고, 코넥스는 성장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은 한정적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먼저 이익을 꾸준하게 내는 '희소한 성장주,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가격 협상력을 보유해 마진을 지킬 수 있는 기업들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매니저는 "저성장 국면에서도 이익을 내는 기업들의 주가는 꾸준히 상승한다"며 "대기업의 공급단가 인하 압박(CR)을 받아도 많은 생산물량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중소형주의 주가는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은 '승자가 모두 갖는다(Winner takes it all)'가 아니라 '생존자가 모두 갖는다(Survivals take it all)'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경기침체 국면에서 구조조정 이후 살아남은 기업들은 생존자로서 과실을 맛볼 수 있다"며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서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높거나, 이익이 나오지 않더라도 매출 성장률이 높거나 살아남을 가능성이 큰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단순히 주가수준만 봐서는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의미다. 펀드를 운용하면서 수익이 났던 종목도 오히려 고 PER(주가수익비율)주가 많았다. 지적재산권(IP)을 보유한 게임이나 바이오 종목 등에서 수익을 거뒀다.

특히 기업공개(IPO)를 거친 기업에서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황 매니저는 "이들이 보유한 무형자산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각 기업의 목표가를 정했다"며 "이를 기준으로 목표가에서 팔았고, 수급적 요인으로 주가가 하락한 기업에 대해선 저점매수 전략을 썼다"고 설명했다.

내수주 중에서도 수출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오리온은 중국 등 수출을 통해 매출을 일으키면서 주가가 상승했고, 삼양식품도 국내에서 불닭볶음면으로 시장점유율(MS)을 확보한 뒤 수출에 나서자 기업가치가 재평가됐다"며 "소비재도 국내에서 옷을 파는 한섬보다 휠라코리아처럼 수출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더 상승했다"고 전했다.



◆"5G·통신주 주목…파는 연습도 해야"

황 매니저는 현재 5G(5세대 통신) 관련주에 주목하고 있다. 주요 통신기업들의 투자로 실적 증가 구간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봤다. 황 매니저는 "5G 관련주는 앞으로도 주가가 상승하겠지만, 수급이 너무 쏠리면 더 이상 그 주식을 살 사람이 없게 돼 비중 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식을 파는 연습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도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주식도 어느 정도 수익이 나면 팔았다. 변곡점이나 과열 단계에서 주식을 팔지 않으면 하락장으로 끌려들어갈 수 있다.

시장이 과열됐을 때는 주식을 매도해 어느정도 현금을 확보해 둬야 한다. 지난해 1월 코스닥지수가 927.05까지 올랐을 때 황 매니저는 현금 비중을 늘렸다. 당시는 코스닥지수가 1000을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휩싸인 상태였다.

이같은 현금확보 전략은 2018년 10월 주식시장이 급락했을 때 수익률 방어에 주효하게 작용했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이 5~6월부터 시작되면서 6~7월에 주식 하락했고, 9월엔 반등이 나왔다"며 "시장은 반등했지만 주가수준 매력은 좋지 않은 상황이었던 만큼, 수익이 많이 났던 종목을 위주로 팔았다"고 했다.

KTB리틀빅스타의 고수익 비결은 분산투자에서도 찾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펀드당 종목 비중은 10%까지 늘릴 수 있지만 황 매니저는 종목당 비중을 4~5% 정도로 조절한다.

그는 "하루하루 글로벌 상황이나 산업환경, 경쟁사 상황에 따라 기업가치는 달라지게 된다"며 "시장 상황 등을 판단해 한 종목에 고집을 부리지 않은 투자를 했던 것이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업종 비중도 관리한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한 업종당 비중도 25%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는 "삼성전자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부문에 투자하면 OLED 산업이 좋아지고 관련 상장사들의 이익이 증가한다"며 "이것에만 주목해 종목을 담으면 기술주 펀드가 될 수 있고, 바이오가 좋아서 종목을 매수하다보면 바이오 펀드가 돼 버린다"고 지적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사진·영상 =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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