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미·중 마찰로 글로벌 교역과 제조업 활동이 예상보다 위축되고 있다”며 제조업 대책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심각성은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의 잇단 경고에서도 잘 드러난다. 무디스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2.1%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피치는 당초 전망치에서 0.5%포인트나 낮은 2.0%로 수정 전망했다. 하지만 정부 대책 어디에도 이런 긴장감, 위기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무엇 하나 기업들의 이목을 끌 만한 것을 내놓지 못했다. 제조업 인력 대책만 해도 핵심 과제인 노동개혁, 교육개혁 등이 빠졌다. 중국을 비롯, 해외로 나간 국내 제조기업들의 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도권 규제완화 등 유턴을 촉진할 과감한 대책을 내놓을 법도 한데 그런 것도 없다.
신산업 전략도 기술 로드맵 제시, 민관합동 대형 R&D 추진 등 과거 패턴에서 달라진 게 없다. 신산업 규제개혁 또한 ‘규제 샌드박스’ 수준을 맴돌 뿐이다. 대기업 규제 혁파, 연구개발 지원 세제의 원상회복 같은 전향적인 조치도 보이지 않는다. 환경규제 등 민감한 부분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기업 활력을 높일 구체적인 대책도 없이 어떻게 제조업 르네상스를 하겠다는 것인가. 기업들은 ‘슬로건’이 아니라 ‘디테일’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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