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돼지 농부 2000명, 환경부서 '잔반돼지 금지' 시위 왜?

입력 2019-06-19 17:46   수정 2019-06-19 18:08

한돈협회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풍전등화다"
멧돼지 개체수 선제적 감축, 국경 검역 강화 등 촉구

"환경부 '잔반돼지 금지' 약속 안 지켜 축산업 위태"
잔반돼지 농가 100여명도 농식품부서 시위




대한한돈협회가 19일 세종정부청사 환경부 앞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예방을 위한 ‘전국 한돈농가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하태식 대한한돈협회장은 “ASF가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환경부가 음식 폐기물 돼지 급여 등을 손놓고 있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음식물류 폐기물과 야생멧돼지, 국경검역에 대한 실효성 있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으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257개 잔반돼지 농가를 ASF 확산의 최대 위협으로 평가했다. 스페인과 중국 등 과거 ASF가 발생한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돼지에게 음식물류 폐기물을 먹이는 국가였다. 발병의 주요 원인으로 판단돼 현재 잔반돼지 급여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달 잔반돼지 급여에 대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한 뒤에도 “국내에서 아직 발병하지 않았기에, 폐기물 급여를 일부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한돈협회 측은 “이런 미봉책으로는 절대 ASF를 막을 수 없고, 한번 발병하면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국내 하루 평균 음식물류 폐기물 발생량은 1만5680t이다. 이 중 92%가 건조비료와 습식사료, 퇴비 등 가축농가의 자가급여로 처리된다. 습식사료는 하루 2884t으로 이중 1200t을 돼지가 먹는다.

잔반돼지 문제가 소비자들의 식품 선택권과 직결된 만큼 최소한의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잔반돼지는 도축장을 거친 이후에는 일반 돼지와 구분되기 어렵다. 잔반돼지는 사료를 먹인 돼지에 비해 고기 색깔이 노랗고 냄새가 많이 난다. 또 수분함량이 80~85% 높아 유통 과정에서 부패도 심하다. 하지만 포장 유통된 상태에서는 소비자들이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계란 살충제 사건 때도 그랬고, 이제는 육류 소비의 경우 어디서 어떻게 키웠냐가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이슈가 됐다”며 “잔반돼지가 감염의 유통 경로로서도 위험하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부분을 소비자들이 인지하고 살 수 있도록 정보를 표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돈협회는 이날 전국 야생멧돼지 개체수를 선제적으로 줄일 것도 촉구했다. 북한 자강도에서 이미 ASF가 발생했기 때문에 군사분계선 인근까지 내려왔다는 가정 하에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협회는 북한 접경 지역 중 위험 구간을 즉각 조사하고 구간마다 이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불법 축산물 국경 검역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당국은 돈육소시지 등 밀수 축산물 153종을 판매한 20개 업소를 적발한 바 있다. 한돈협회 측은 “음식물류 폐기물 급여가 합법인 상황에서 보따리상 등을 통해 들여온 불법 축산물 찌꺼기를 돼지가 먹으면 국내 한돈산업이 붕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앞에서는 잔반돼지 사육농가 100여 명이 잔반 허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남은 음식물을 살균 처리한 뒤 급여하기 때문에 ASF 확산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집회 후 환경부 청사 앞에서 한돈협회 등에 항의하다 10여 분간 충돌하기도 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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