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日·유럽 증시 일제히 급등
[ 김기만 기자 ]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통화 긴축에서 다시 양적 완화로 돌아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돈의 힘’이 증시를 떠받치는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증시 전문가들은 유동성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미·중 무역갈등 해소와 실물경제 회복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19일 코스피지수는 26.07포인트(1.24%) 오른 2124.78로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3014억원어치 순매수하며 나흘 만에 2100선을 회복했다.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2.25%)와 SK하이닉스(5.99%)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1.72%),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96%), 대만 자취안지수(1.97%)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올랐다.
미·중 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회담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날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35%, 1.39% 올랐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금리 인하를 포함한 경기 부양적 통화정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유럽 증시도 일제히 급등했다.
호주와 인도가 이달 초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한 데 이어 미 중앙은행(Fed)도 사실상 금리 인하 절차에 들어가면서 증시에 ‘유동성 랠리’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찮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시장의 패닉으로 국가 간 정책 공조가 신속히 이뤄진 2008년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경기 침체에 따른 금리 인하 여부를 두고 공조가 얼마나 잘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중앙은행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보다는 무역 갈등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라며 “금리 인하 시점을 최대한 늦출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를 내리더라도 국내 증시가 당분간 박스권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 상장사들의 실적 우려가 큰 상황에서 금리 인하만으로 금융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장기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유동성 확대를 통한 기업 실적 개선이 필수”라며 “미·중 무역갈등 해소와 반도체 경기 회복 등이 하반기 주가 회복의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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