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회계·일하는 방식에도 접목
창업 때부터 혁신구조 갖춰나가야
이경전 < 경희대 경영학 교수 >
필자는 두 번 창업한 경험이 있다. 처음은 2010년 사물인터넷(IoT) 회사, 두 번째는 2014년 전자상거래 회사였다. 만약 세 번째 창업한다면 어떤 회사를 세울 것인가. 2010년과 2014년에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식조차 없을 때였고, 인공지능(AI)의 발전도 실감하지 못할 때였지만 2019년 현재는 좀 다르다.
우선, 어떤 분야의 회사를 만들겠다기보다는 어떻게 동작하는 회사를 만들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채용에서부터 AI를 활용할 것 같다. 채용 공고를 올리면, AI 기술로 채용을 돕는 회사가 그 공고를 분석해 인재를 추천하는 구조라면 좋겠다. 좋은 인재는 이 회사 저 회사를 기웃거리지 않는 특징도 있으므로 그런 인재를 찾아내는 것도 AI 기술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인재가 입사 의사를 밝혔다면, 이를 평가하는 데도 AI 기술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채용 이후 직원을 평가할 때도, 직원이 이직할 가능성을 파악하는 데도 AI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 황당한 얘기 같지만 이미 시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후무(Humu)는 기계학습 기술과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업무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업무를 리엔지니어링하는 회사다. 언코몬(Uncommon)은 채용 공고를 자동으로 분석해 해당 직무에 맞는 지원자에게 그 공고를 알려주는 채용시장 플랫폼을 지향하는 회사다. 하이어추얼(Hiretual)은 수십 개의 소셜 플랫폼과 웹사이트의 정보로 인력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이를 구인 기업에 제공한다. 구직자는 서류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 피어슨 어세스먼츠(Pearson Assessments)는 인터넷으로 제출된 에세이를 자동으로 평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워크컴파스(WorkCompass)는 그룹웨어에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원을 실시간 평가하는 AI 플랫폼 기업이다. 싱크트릭스(Synctrics)는 실시간 평가 정보를 직원에게 공개해 스스로 자신의 성과를 관리할 수 있게 한다. 리테이너블(Retainable)은 직원들의 활동 정보를 활용, 이직 가능성을 모니터링하고 예측한다.
또 직원들의 채용과 교육을 연결시킬 것이다. 문제은행의 문제를 풀게 해 일정 점수 이상을 받은 지원자만 채용하려 한다. 그러면 직원들은 충분히 교육받은 상태에서 입사하게 된다. AI의 도움을 받아 입사 희망자의 수준에 적합한 문제를 골라 제공할 수 있다. 이렇게 AI에 기반한 적응적 학습을 입사 전에 제공하고, 입사 후에도 교육을 시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 한국에서는 ‘뤼이드’가 적응적 학습을 접목한 토익 강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중국에서는 ‘스쿼럴 AI’가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적응적 학습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K뉴턴’이 대학생을 위한 적응적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꼭 정규직으로 일하지 않고, 자유롭게 회사에 접속해 일할 수 있는 구조도 갖추고 싶다. 우버 기사처럼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원할 때 회사 플랫폼에 접속해 일하는 방식 말이다.
총무 회계시스템도 AI의 도움을 받는 회사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특히 외상매출금, 외상매입금, 직원 급여, 세금 계산서, 지출 결의 같은 단순 반복 회계 작업들은 AI의 도움을 받아 처리하는 구조로 운영하고자 한다. 이미 앱젠(Appzen), 어크루얼리파이(Accrualify), 도시트(docyt), 체이서에치큐(Chaserhq), 닥프로세스(DocProcess) 같은 회사가 AI 기술로 기업 회계업무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왜 이런 AI 기반의 기업을 계획하는가. 기업 간 경쟁은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효용을 높인다. 그런데 기업은 경쟁에서 이겨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려면 창업 때부터 구조를 잘 짜야 한다. 기존 기업은 혁신하기가 어렵다. 창업 때부터 새 시대에 걸맞은 경영 프로세스와 조직 구조를 갖춰야 하는 것이다.
한편, 새롭게 창업한다면 한국에서 할 것인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창업하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창업 관점에서 보는 한국의 경쟁력이 그 정도다. 만약 당신이 새롭게 창업한다면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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