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만 반년…장기간 논의 이례적
"5명 위원 간 이견 좁혀지지 않아"
[ 조진형 기자 ]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미국 시타델증권의 주식매매 위탁 증권사인 메릴린치에 대한 제재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메릴린치가 시타델의 알고리즘 고빈도매매를 부정 수탁했다는 게 거래소 판단이지만 5명의 시장감시위원 사이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 시장감시본부는 19일 메릴린치 제재안을 심의하는 세 번째 시장감시위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달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메릴린치 제재 심의는 올해 1월 규율위원회를 시작으로 반년 넘게 이어지며 장기화하고 있다.
규율위원회는 세 차례 회의 끝에 5억원 미만 수준의 회원제재금을 지난 3월 통과시켰다. 시장감시위는 3월부터 이날까지 세 차례 열렸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규율위 통과 안건이 시장감시위에서 이처럼 장기간 논의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메릴린치 제재는 금융당국까지 올라가지 않고 시장감시위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 과거 시장감시위원을 지낸 A씨는 “규정상 다수결로 결론 내려도 되지만 실제로는 만장일치로 안건을 통과시키는 게 일반적”이라며 “하나의 사안에 대해 시장감시위가 두 번 열린 적도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안은 이례적으로 쟁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감시위는 송준상 시장감시위원장 등 5인으로 구성돼 있다. 메릴린치 제재안은 시타델 조사와 맞물려 있어 시장감시위원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메릴린치 제재 여부는 시타델증권의 알고리즘 고빈도거래 관련 조사의 첫 단추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거래소는 지난해 10월부터 메릴린치 감리를 진행해 이 증권사가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시타델의 고빈도매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국내에서 처음 불거진 사안인 데다 알고리즘 고빈도매매 수탁 관련 규정이 포괄적이고 모호해 제재 수위를 놓고 공방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시장감시위가 전례 없이 장기화하면서 메릴린치 제재 수위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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