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에 국내 첫 '공유주방' 열다

입력 2019-06-20 18:02  

식품분야 첫 '규제 샌드박스'

그동안 1개 주방에서
2개 이상 사업자 영업은 불법
식약처, 청년 등에 예외적 허용



[ 김보라 기자 ]
“낮에는 네 살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카페는 차리고 싶어 한동안 고민했어요. 고속도로 공유주방 공고를 보고 꿈만 같았죠.”

20일 서울만남의광장휴게소에서 국내 첫 공유주방 사업자가 된 변혜영 씨는 영업을 시작하며 이같이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규제 샌드박스’ 대상 사업을 신청받아 규제를 풀어준 ‘공유주방’이 이날 서울만남의광장휴게소와 안성휴게소 등 두 곳에서 문을 열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간에는 휴게소 운영업체가 영업하고, 오후 8시부터 밤 12시까지는 창업자가 운영하는 방식이다.

안성휴게소에는 바리스타를 꿈꾸는 대학교 4학년 엄태훈 씨가 핸드드립 카페를 열었다.

청년 창업 ‘꿈의 무대’ 열렸다

1개 주방을 공유하는 형태의 공유주방은 불법이다. 1개 주방을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할 경우 한 곳이 오염되면 여러 곳으로 번져 식중독이 급속히 퍼질 우려가 있어 1개 주방에는 1개 사업자만 영업할 수 있다.

식약처는 공유경제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고, 공유주방이 청년 창업과 외식업자의 안전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라 규제 샌드박스를 실시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모래 놀이터’처럼 자유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올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풀어주는 제도다. 식약처는 지난달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거쳐 예외적으로 규제를 풀어주기로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한국도로공사와 공유주방 위쿡 등이 신청했고, 두 곳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먼저 선정했다”며 “위쿡도 이르면 다음주 중 심사를 거쳐 승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곳의 고속도로 휴게소가 식품 분야 규제 샌드박스 적용 1호 사업장이 된 셈이다.

창업 비용 줄고, 일하는 시간 마음대로

공유주방은 초기 창업 비용 절감 효과가 크고, 근무 시간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조리시설이 갖춰진 주방을 이용하기 때문에 설비 투자 비용이 줄어든다. 호두과자, 핫바 등을 판매하는 서울만남의광장휴게소 창업자는 초기 시설투자 비용 약 4600만원을, 안성휴게소 창업자는 650만원을 절감했다.

안성휴게소 창업자 엄씨는 “카페 창업이 꿈이었는데 초기 투자 비용이 적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직접 스페셜 티를 선별해 핸드드립 방식으로 차별화된 커피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합법적 공유주방 사례가 등장함에 따라 서울 강남과 사직동 등에서 공유주방을 운영하는 국내 1호 공유주방 ‘위쿡’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정고운 위쿡 마케팅팀장은 “그동안 위법 소지가 있어 개별 사업자들이 사업자 등록을 못한 채 위쿡에 사업자 등록을 위임하고 발생하는 수익을 위쿡으로부터 받아왔다”며 “규제 샌드박스 시범사업으로 선정되면 새로운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이날 도로공사 서울만남의광장휴게소에서 열린 제1호 공유주방 오픈 행사에 참석해 신규 창업자들을 격려했다. 식약처장과 도로공사 사장이 함께 창업자에게 위생복과 위생모 등을 선물하고 시식회도 했다.

이 처장은 “공유주방이 성공할 수 있도록 운영상 애로 사항을 파악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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