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델타항공 '백기사'로…한진칼 지분 4.3% 샀다

입력 2019-06-21 00:31   수정 2019-06-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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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CEO "10%까지 확대"

조 회장 일가+델타항공
한진칼 지분 33.23% 확보
강성부 펀드 15.98%의 두 배



[ 강현우/김보형 기자 ]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섰다. KCGI(강성부 펀드)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강력한 원군(援軍)이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델타항공은 20일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발표했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양국(한·미) 규제당국의 허가가 나오는 대로 한진칼 지분율을 10%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델타항공은 남극을 제외한 세계 모든 대륙에 325개 노선을 운항하는 세계 최대 항공사 중 하나다.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 함께 19개 글로벌 항공사 동맹체인 스카이팀을 결성하고 있다. 양사는 양국 간 직항 13개 노선과 370여 개 지방도시 노선을 함께 운항하는 조인트벤처(합작사)도 운영 중이다.

바스티안 CEO는 “아시아·태평양지역 항공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두 회사가 협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은 최근 KCGI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는 조 회장을 지원하는 조치로 항공업계는 분석했다.

조 회장을 포함한 한진가(家)의 한진칼 지분율은 28.93%다. KCGI는 15.98%까지 보유 지분을 확대했다. 지난 4일에는 조 회장 아버지인 고(故)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 지급의 정당성을 문제 삼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

경영권 위협받던 조원태 '우군' 얻었다

미국 델타항공이 20일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하면서 한진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델타항공은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항공사로 꼽힌다. 델타항공이 한진칼의 백기사(우호세력)로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델타항공의 이번 한진칼 지분 매입이 우호세력인지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44) 등 오너가(家)의 경영권 확보가 한층 쉬워질 전망이다.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28.93%)에 델타항공 지분이 더해지면서 한진칼 지분 33.23%를 확보하게 됐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해온 KCGI(강성부 펀드) 지분(15.98%)의 두 배를 웃돈다. KCGI가 델타항공이 매입한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하려면 이날 종가(4만400원) 기준 1030억원이 든다. 델타항공이 발표한 대로 한진칼 지분율을 10%까지 높일 경우 한진 오너가의 우호지분율은 38.93%에 달해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매입 배경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대한항공과의 협력관계를 고려할 때 조원태 회장 등 한진 오너가의 우호세력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이 참여해 2000년 출범한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 멤버로 한진그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 5월엔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항공사 간 조인트벤처는 두 개 이상의 항공사가 마치 한 회사처럼 출발·도착 시각 및 운항편 조정을 통해 스케줄을 최적화하고, 마케팅·영업활동을 공동으로 펼치는 가장 높은 수준의 협력 단계로 꼽힌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선 것은 조원태 회장 등 오너가가 상속세 문제로 추가 지분 확보가 쉽지 않은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26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조원태 회장(2.34%)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현민 한진칼 전무(2.30%) 등이 한진칼 지분을 매각할 경우 KCGI에 그룹 경영권을 빼앗길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경영계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대한항공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KCGI의 셈법이 복잡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현우/김보형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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