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前 전이성 유방암 병용효과 입증"…입랜스 건강보험 적용 목소리 커질 듯

입력 2019-06-21 17:23   수정 2019-06-22 12:45

박연희 삼성서울병원 유방암센터장, 美 학술대회서 발표

국내 환자 절반 50세 이하
병용 투여로 생존기간 늘려
한달 평균 약값 500만원



[ 이지현 기자 ] 폐경 이전에 생긴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치료할 때 화이자의 유방암 치료 신약인 입랜스를 병용 투여하면 효과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약은 폐경 이후에 생긴 유방암 환자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 발표로 폐경 이전 유방암 환자에게도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연희 삼성서울병원 유방암센터장(혈액종양내과 교수·사진)은 이달 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19)에서 ‘영펄(YoungPEARL)’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21일 밝혔다. 박 센터장이 발표한 것은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분과의 공동연구 결과다. 서양 등 해외에는 폐경 이후에 전이성 유방암에 걸리는 환자가 많다. 반면 한국의 전이성 유방암 환자 절반은 50세 이하 환자다. 폐경 이전 환자가 많다. 이번 연구는 이런 국내 환자 실태를 반영한 것으로, 세계 유방암 연구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박 센터장은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면서 폐경 전 전이성 유방암에 걸린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리는 새 치료법을 발표했다. 2015~2018년 국내 의료기관 14곳에 등록된 유방암 환자 18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 결과다. 새 치료법은 난소기능억제제, 호르몬억제제와 함께 입랜스(성분명 팔모시클립)를 병용 투여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표준치료법인 항암화학요법(카페시타빈)과 병용 투여 환자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입랜스 병용 투여 환자의 유방암 무진행 생존기간은 20.1개월로 조사됐다. 암 무진행 생존기간은 암이 더 이상 커지지 않으면서 환자가 생존한 기간이다. 이 기간이 길면 그만큼 약효가 있다고 판단한다. 병용 투여하지 않고 기존 항암제로만 치료받은 환자는 무진행 생존기간이 14.4개월이었다. 입랜스 병용 치료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이 40% 정도 길었다. 기존 항암제 치료를 받은 환자는 부작용인 수족증후군이 더 많이 생겼다. 입랜스 병용 치료 환자는 부작용으로 백혈구가 다소 줄었지만 용량을 조절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입랜스와 난소기능억제제, 호르몬억제제 병용 투여 성과가 발표되면서 건강보험 혜택 확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 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을 활용해 입랜스의 급여 혜택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입랜스는 폐경 이후 유방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쓸 때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입랜스의 한 달 평균 약값은 500만원이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으면 15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젊은 유방암 환자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기존 항암화학 치료를 받거나 매달 수백만원에 달하는 비싼 치료비를 내고 있다. 치료를 위해 난소를 적출해 강제 폐경하는 젊은 유방암 환자도 있다. 현재의 유방암 항암제 치료 기준이 국내 암 환자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 서구권 국가와 달리 폐경 전 유방암 환자가 많다. 젊은 유방암 환자는 치료기간이 길고 재발과 전이 위험도 높다. 암 진행 속도가 빠른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처음부터 환자에게 맞는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이번 연구로 새 치료법이 실질적으로 환자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분명히 밝혀졌다”며 “가정과 사회의 중추 역할을 해야 할 나이에 유방암을 겪는 국내 환자들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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