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21일(19:0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당국과 기업은 서로 경직된 갑을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직적인 상명하복 관계가 아닌 협동적·발전적 관계가 돼야 원칙중심 회계가 실현될 수 있습니다.”
21일 경북 경주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9 한국회계학회와 아시아회계학회연합회 국제학술대회’에서 한종수 이화여대 교수(사진)는 ‘원칙중심회계의 올바른 정착방안’이란 주제로 강연에 나서 이같이 말했다. 함께 연사로 나선 문두철 연세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회계교육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IFRS 갈등 커져..감독당국-기업-감사인 신뢰 쌓아야"
한 교수는 이날 한국회계학회가 기업 회계담당자 159명과 주요 회계법인 공인회계사 18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소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2011년 원칙중심의 회계체계인 IFRS가 국내에 전면 도입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업과 회계법인, 감독당국 간 이견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 중 52.6%는 원칙중심 회계 도입 후 감독당국과 의견상충이 증가했으며, 60.9%는 감사인과 의견 상충이 늘어났다고 답했다.
재무제표 작성비용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회계담당자의 72% 이상이 IFRS 도입 이후 감사 보수 뿐 아니라 외부자문 용역, 법률규제 대응비용 등의 비용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한 교수는 “가이드라인의 부재와 취약한 회계인프라로 원칙 중심 회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칙주의회계를 도입한다 해서 내부 회계 인프라를 강화한 기업은 소수였다”며 “인프라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과 감사인, 감독당국이 서로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재무재표에 왜곡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 제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회계정보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소통을 통해 과정과 절차를 감독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회계와 IT 기술 합쳐야”
이날 문 교수는 ‘미래회계 서비스업 환경과 회계교육 혁신’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문 교수는 미국 및 호주 대학교의 경영대와 국내 대학 경영대 커리큘럼을 비교하며 국내에도 정보통신(IT) 관련 교육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국내 대학은 30곳 중 20곳이 IT 관련 회계 교과목을 마련한 반면, 미국은 아이비리그 상위 12개 대학 중 11곳이 IT기술을 접목한 회계 교육을 진행 중이었다.
문 교수는 “국내 대학에 설립된 IT 과목들 중에서도 회계와 관련성이 적은 과목이 상당수”라며 “IT의 발전 속도와 회계현업에서의 수요 변화에 비하면 미흡하다”고 말했다. 이어 “회계를 교육하는 데 있어 IT기술을 익히는 건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2019년 한국회계학회-아시아회계학회연합회 국제학술대회'는국내외 회계학자 400여명이 참석했다. 도쿠가 요시히로 일본 회계학회장, 리슈싱 대만 회계학회장 등 일본, 대만 뿐 아니라 홍콩, 미국, 유럽 호주 등 해외 회계학자들 약 30명도 참석했다.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공인회계사회, 한국상장사협의회, 한국회계기준원, 한국거래소 등이 후원했다.
경주=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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