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열풍 이어갈 축방 시대
'손세이셔널' 손흥민(토트넘)부터 U-20 월드컵 준우승까지. 2019년 대한민국은 2002년 월드컵 못지 않게 축구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각 방송사에서도 이같은 관심을 입증하듯 축구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안정환이 감독으로 나선 '뭉쳐야 찬다'부터 김수로가 구단주가 된 '으라차차 만수로', 손흥민에 대한 다큐멘터리 '손세이셔널-그를 만든 시간', 프로와 아마추어의 축구대결 '마일리지 사커'까지 기존 축구 팬들과 '축알못' (축구 알지 못하는) 시청자까지 흡수할 예능들이 준비돼 있다.
◆안정환X스포츠 레전드 '조기축구' 도전기 '뭉쳐야 찬다'
JTBC '뭉쳐야 찬다'는 2002년 월드컵의 주역 안정환이 감독으로 분해 대한민국 각계의 스포츠 영웅들을 '조기축구단'으로 하드트레이닝 한다.
지난 13일 첫 방송된 '뭉쳐야 찬다'에는 씨름 이만기, 농구 허재, 야구 양준혁, 마라톤 이봉주, 체조 여홍철, 레슬링의 심권호, 사격 진종오, 격투기 선수 김동현까지 자신의 분야에선 '레전드'지만 '축알못' 캐릭터인 이들이 대거 등장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어쩌다 FC'는 첫 평가전에서 0:11의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특히 농구 팬들 사이에서 '전설'로 통하는 허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허당 매력을 뽐냈고, 안정환은 '현타'(현실 자각 타임) 표정을 선보이는 재미도 있었다.
지난 20일 방영분에서 '뭉쳐야 찬다'는 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 시청률 3.5%를 기록했다. 전국 기준으로는 3.2%로 지난 1회 방송보다 0.5%p 상승했다. 2049 타겟 시청률은 1.8%로 목요일에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중 1위를 기록했다. 2회 만에 거둔 쾌거다.
최고의 1분은 1승을 기원하는 어쩌다FC의 ‘8세 축구 훈련’ 현장이었다. 분당 최고 4.7%까지 치솟았다. 프로그램 공식 ‘톰과 제리’ 이만기와 심권호의 집중력 향상 대결이 큰 웃음을 자아냈다.
레전드들의 좌충우돌 조기축구팀 어쩌다FC는 이외에도 ‘축구 골든벨’에서 남다른 ‘축알못’ 매력을 뽐내며 안정환 감독을 헛웃음 짓게 만들었다. 특히 골든벨에서 꼴등을 한 허재의 당당한 매력은 현장을 초토화 시켰다.
다음주 방송에서는 ‘첫 골’을 목표로 두 번째 경기에 나서는 어쩌다FC의 모습이 그려질 예정이다.
안정환은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들과 함께라 기쁘지만 축구로 봤을 땐 에이스는 없다.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제작발표회에서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을 걸고 이 선수들이 에이스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주는 “U-20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잘해서 축구 붐이 살아나고 있는 이 시점에 이 프로그램을 하게 되어 좋다. 대한민국 축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프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안정환은 이어 "예능이지만 진정성과 재미를 잡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매주 목요일 밤 11시 방송.
◆ 만수르 아닌 김수로가 구단주 '으라차차 만수로'
‘뭉쳐야 찬다’에 대적할 대표적 축구 예능은 바로 '으라차차 만수로'다.
이 방송은 직업이 배우지만 축구 구단주가 꿈이었던 김수로의 소원 성취 프로젝트를 담았다. 김수로는 실제로 영국 축구 13부 리그 '첼시 로버스'를 자신의 돈으로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20개의 리그가 있는 영국축구에서 프리미어 리그인 첼시FC의 경우 인수 금액은 무려 3조 7천억 원이다. 하지만 김수로는 13부 리그 '첼시 로버스' 인수에 "큰 돈을 들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양혁 PD는 "소재는 축구지만 축구 예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김수로의 꿈, 힘들게 축구를 하는 선수들의 꿈, 시청자들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꿈이 뭐냐'고 물을 때 직업을 얘기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얘기하는 건강한 예능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JTBC '뭉쳐야 찬다'와의 비교에 대해 양 PD는 "해당 프로도 재밌지만 저희와 가는 결이 다르다"라면서 "저희는 경영, 시스템에 대한 부분을 친절하고 꼼꼼하게 풀어나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땀과 스포츠의 가치를 잘 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웃음이 나는 예능은 아니지만 마음에 남는 예능을 하고 싶었다"고 포부를 전했다.
김수로는 "13부 리그인데 9부 리그까지 가는 것이 꿈"이라며 "방송을 통해 진정성 있게 풀어갈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21일 첫 방송에서는 김수로가 왜 구단주가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했는지, 모두를 궁금하게 했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됐다.
화려한 언변으로 수많은 예능프로그램을 접수해온 김수로가 일생일대의 구단주 생활을 공개하는 만큼 앞으로 어떤 큰 재미를 안길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으라차차 만수로'의 특이점은 구단 시스템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친절하게 알려준다는 것이다. 이에 축구를 모르는 ‘축알못’도 즐겁게 시청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또한 강등 위기 속에도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꿈을 위해 뛰는 선수들의 사연이 공개됐다. 이 시대 꿈을 잊은 청춘에게 삶과 꿈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으라차차 만수로'에는 김수로에게 낚인 화려한 '보드진'이 눈길을 끈다. 과거 복싱 선수로 활약하며 연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 배우 이시영은 리버풀의 열성 팬이다. 그가 김수로 호에 탑승해 첼시 로버스의 재정을 책임진다. 오랜 첼시 팬인 K-POP의 주역 엑소(EXO)의 카이는 글로벌 이사를 맡아 새로운 꿈에 도전했다.
또한 한국어능력시험 5급에 빛나는 인도인 럭키가 통역과 요리 등을 책임지고, 스포츠해설가이자 EPL 전문가인 박문성이 축구 전문가로서의 남다른 역량을 펼친다. 후에 합류할 뉴이스트 백호는 첫 회에서 내레이션을 맡아 재미와 활력을 더했다.
영국은 축구뿐 아니라 음악과 연극의 성지이기도 하다. 특히 런던은 거리 곳곳이 영화 속 명소를 방불케 하는 아름다운 풍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꿈의 여행지로 손꼽힌다.
출연진들의 꾸밈없는 리얼한 런던 일상이 공개되면서, 아름다운 런던 곳곳의 명소를 만나는 즐거움도 더해질 전망이다. 런던 첼시 지역의 주택에 살면서 현지의 삶과 문화를 느껴볼 예정인 만큼 빼어난 영상미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주 금요일 밤 9시 50분 방송.
◆ 절찬리 방영 중 : '손세이셔널'·'마일리지 싸커'
tvN에서 금요일 밤 11시 방송 중인 '손세이셔널-그를 만든 시간'은 토트넘 홋스퍼의 에이스 손흥민부터 인간 손흥민의 모습까지 그를 만든 100일간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기존 휴먼 다큐멘터리의 틀을 깨고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손흥민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톱클래스 선수로 성장하기까지 모든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2008년 독일로 축구 유학을 떠난 후 분데스리가를 거쳐 영국 프리미어리그로 이적,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선수로 우뚝 서기까지 손흥민이 지나온 과정이 이어진다.
낯선 땅 독일에서 피나는 노력 끝에 2010년 함부르크와 프로 계약을 맺지만 부상과 슬럼프로 인해 결장을 반복했을 당시 위기를 극복했던 비결과 더불어 이적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대방출돼 이목을 사로잡는다.
tvND '마일리지 싸커'는 '불금' 대신 '축금'(축구를 즐기는 금요일)의 열기를 이어갈 예능 프로그램이다.
K-리그 프로 선수들과 아마추어 축구인들의 기부를 걸고 하는 풋볼 챌린지가 건강한 재미를 선사한다.
배우 이완, 이지훈, 방송인 알베르토, 가수 영재, 유승우, 노지훈, 밀왕 등이 ‘FC 도베르만’을 결성한 후 전국을 돌아다니며 유명 축구팀들과 대결을 벌이는 디지털 축구예능이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리지 않고 펼쳐지는 풋볼 챌린지가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물론, 매치를 통해 기부를 진행하는 '퍼네이션(Fun+Donation, Funation)' 콘텐츠로 의미를 더했다. 매주 금요일 밤 8시 공개.
한 방송 관계자는 "치열했던 국가대표팀의 A매치 친선경기와 사상 첫 결승행을 이뤄낸 20세 이하 세계축구 대항전(U-20)의 준우승으로 인해 대중들의 축구 사랑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가운데, 각 방송사에서 축구 콘텐츠를 배치해 축구에 대한 국민적 사랑을 이끄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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