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디올·구찌…'명품 팝업 무대' 된 백화점

입력 2019-06-23 19:02   수정 2019-06-24 10:35

1~2주간 여는 팝업스토어
신규브랜드 '반짝 마케팅'에서
명품 브랜드 신제품 플랫폼으로



[ 박종필 기자 ]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의 명품 전용 팝업스토어 공간 ‘더 스테이지’는 다음달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다. 이곳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싶어하는 업체가 많아 8월 예약도 마감 직전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팝업스토어 상황도 비슷하다. 작년 9월부터 단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운영했다. 디올, 베르사체 등 명품 브랜드 18곳이 이곳을 거쳐갔다. 샤넬 코스메틱, 로로피아나 등도 이곳에 팝업을 열 예정이다.

명품 브랜드들이 백화점 팝업스토어로 몰려들고 있다. 국내 백화점 공식 매장을 열 때는 이들 해외 명품업체가 ‘갑’이지만 팝업 매장은 다르다. 1~2주 정도 짧은 기간만 운영하기 때문에 럭셔리 이미지를 해치지 않으면서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적은 비용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신제품 각축장 된 팝업스토어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 1층에서 명품 전용관인 에비뉴엘로 연결된 통로에는 50㎡ 크기의 팝업스토어(사진)가 있다. 23일 구찌가 핸드백을 전시하고 있었다. 기존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신제품이었다. 같은 층 1분 거리에 공식 매장이 있지만 구찌는 별도의 팝업 매장을 낸 것이다.

이 팝업 매장이 있는 자리는 원래 명품 전용 공간이 아니었다. 일반 패션 브랜드도 빌릴 수 있었다. 하지만 팝업을 내겠다는 명품 브랜드가 많아 명품 공간으로 바뀌었다. 디올의 슈즈, 몽블랑의 아티스트 협업 제품, 샤넬의 향수 신제품, IWC의 파일럿 시계 시리즈 등이 이곳을 거쳐갔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더 스테이지는 처음부터 명품 전시를 위해 기획된 공간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1층 중앙광장의 정가운데에 100㎡ 규모로 자리잡고 있다. 올해에만 보테가베네타, 디올, 발렌티노 등의 브랜드들이 10~15일 단위로 팝업을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4월부터 두 달간 서울 압구정점에 벨기에 명품 핸드백 브랜드 ‘델보’의 팝업 매장을 열었다.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이미지를 입힌 ‘마그리트 컬렉션’을 선보였다. 무역센터점에서는 5월 이탈리아 브랜드 ‘토즈’의 팝업스토어를, 경기 판교점은 6월 첫주에 이탈리아 종합가전 브랜드인 ‘스메그’와 패션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가 협업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팝업 세우면 정규 매장 매출도 올라

백화점 팝업스토어는 인지도가 떨어지고 정규 매장을 내기 힘든 브랜드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2년 새 분위기가 달라졌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명품 소비층이 20~30대로 넓어지고, 제품을 살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해지면서 한국에 매장을 갖춘 명품 브랜드들이 고객을 찾아나서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정규 매장이 아니라 팝업 매장에 최고가, 신제품을 내걸기도 한다. 불가리는 올 1월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팝업 매장에서 최상급 다이아몬드를 선보였다. 샤넬은 길거리로 나가기도 했다. 2월 롯데백화점 인근 을지로입구역 앞 길거리에 대형 부스를 마련하고 향수 ‘넘버5’를 홍보했다.

명품 업체들의 팝업은 정규 매장의 매출에도 도움을 준다. 팝업 매장을 둘러본 소비자들이 백화점 안쪽 정규 매장까지 찾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신세계의 더 스테이지가 그런 사례다. 버버리는 지난 6일부터 16일까지 팝업을 운영했다. 이 기간 버버리 정규 매장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7%나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팝업을 운영하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3월 압구정점에서 수입시계 브랜드 ‘바쉐론 콘스탄틴’ 팝업 매장을 2주간 열자 이 층의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8% 늘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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