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휴즈박스로 덩치 키워
안마·전기차 부품 사업 추가
내달 전기차 관련 연구소 준공
[ 서기열 기자 ] “금형 틀을 생산하던 회사를 20여 년 만에 글로벌 자동차 부품 업체로 키운 원동력은 도전정신이었습니다.”
유기덕 덕일산업 회장은 23일 “새로운 사업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도전이야말로 기업가정신의 본류”라고 밝혔다. 덕일산업은 2년 전 안마의자 시장에 뛰어들었다. 안마 기능을 장착한 자동차 시트, 전기차 부품 분야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유 회장은 “자동차 전장부품과 안마의자 등의 수출이 늘어 올해 매출 1500억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 국산화로 입지 다져
덕일산업은 자동차 파워시트 스위치와 공조기 제어시스템 스위치 등 전자장비(전장)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기아자동차의 2차 벤더(납품 업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를 비롯해 일본 닛산, 스즈키, 미쓰비시 등 완성차 업체에도 납품한다.
유 회장은 1984년 금형 업체에 취직해 금형 기술을 익혔다. 10여 년 근무로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과감하게 사표를 낸 후 1993년 서울 문래동에 회사를 차렸다. 전세보증금(4000만원)을 뺀 2000만원이 창업자금이었다. 경험 없는 그에게 일감을 주는 곳은 없었다. 금형 틀 수리 서비스로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차츰 일이 늘어났다. 자동차 케이블을 묶어주는 부품인 케이블 타이를 시작으로 커넥터, 플러그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갔다.
그는 대부분이 수입품인 자동차 부품 국산화로 눈을 돌렸다. 무게를 가볍게 하거나 내구성을 강화하면 수입품에 비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르노삼성에 일본산 전기 컨트롤 박스를 국산화하겠다고 제안했다.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5억원을 투자해 기존 제품 연구에 나섰다. 일본 제품보다 70%가량 저렴한 제품을 생산했다. 이후 현대·기아차를 비롯 대우차에서 물량 요청이 들어왔다. 그는 외환위기 불황을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유 회장은 “남들은 다 불가능하다고 할 때 도전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2001년 현대차 그랜저TG에 들어가는 파워시트 스위치도 국산화했다. 당시 연간 5000개였던 생산량이 100만 개로 급증했다.
전기차까지 끝나지 않은 도전
2017년 신사업으로 ‘오레스트’라는 안마의자 개발에 뛰어들었다. 중국에서 조립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순수 국산 기술로 생산하고 광고 거품을 뺐다. 약 4000개를 판매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유 회장은 “앞으로 음이온 발생 및 공기청정 기능까지 넣은 차별화된 제품으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9월 업그레이드 모델 2개를 포함해 연말까지 총 4개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 회장은 “앞으로 내연기관 자동차가 사라지고 전기차 수소차로 바뀌어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50명의 연구원이 전기차 항온장치를 개발해 양산 단계에 들어갔다. 이는 겨울철 추위에 배터리가 얼지 않도록 도와주는 부품이다. 다음달 경기 화성시 동탄에 연면적 1만여㎡ 규모 중앙연구소를 준공한다.
평택=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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