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홀은 꿈의 무대, 목숨 걸고 노래"
정승환, 3000여 관객 감동시킨 공연계 신흥 강자
가수 정승환의 우주는 울림이 있는 그의 목소리, 감동 어린 노래, 그리고 이를 즐겨주는 관객으로 가득 찼다. 열심히 노래하는 자신의 마음을 공연에 아낌없이 쏟아부은 그였다.
정승환은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단독 콘서트 '안녕, 나의 우주'를 개최했다. 이는 앞서 22일 진행된 1회차에 이은 두 번째 공연이었다.
정승환은 지난해 3월 첫 단독 콘서트 '그리고 봄'을 시작으로, 5월 앙코르 콘서트 '다시, 봄', 연말 콘서트 '안녕, 겨울'까지 총 8번의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며 꾸준히 정통 발라더로서의 면모를 보여 왔다. 그는 전 공연을 매진시키며 '발라드 세손'이라는 수식어를 당당히 입증해냄은 물론, 신흥 공연 강자로 우뚝 섰다.
이번 공연은 정승환이 데뷔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여는 콘서트다. 이는 지난 4월 발매한 미니 2집 '안녕, 나의 우주'를 기념하기 위해 치러지는 콘서트로 정승환의 새로운 발견을 엿볼 수 있는 해당 앨범의 준비 시점부터 동시에 기획된 프로젝트다.
정승환은 미니 2집 '안녕, 나의 우주'를 통해 기존의 처절하고 강렬한 분위기와는 또 다른, 먹먹하고 부드러운 감성을 선보였다. 발라더로서 폭넓은 역량을 가감없이 드러낼 수 있는 앨범이었다. 콘서트 역시 목소리와 짙은 감성을 활용해 다채로운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현장이었다. "공연형 아티스트임을 선언하는 자리였으면 한다"는 정승환의 바람이 그대로 눈 앞에서 펼쳐졌다.
이날 무대 중앙부에서 모습을 드러낸 정승환은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뒷모습'으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차분하게 노래를 시작한 그는 활기차게 전환되는 분위기에 걸맞게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 힘 있는 밴드 사운드와 어울리는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냈다. 다음으로 첫 번째 정규앨범 '그리고 봄'의 수록곡 '눈사람'과 '너였다면' 무대를 선보였다. 절절하면서도 애틋한 감성이 인상적인 곡을 그는 특유의 호소력 짙은 보컬로 소화해냈다.
노래를 마친 후 정승환은 "올림픽홀이 내게는 꿈의 무대다.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다 거쳐가셨던 곳이다. 대형 아티스트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 관문이라고 하더라. 너무 감사하게도 이 자리에 서게 됐다. 여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90초 만에 매진이 됐다는 말을 듣고 정말 기뻤다"라며 벅찬 소감을 밝혔다.
정승환은 "목숨 걸고 노래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는 "3년 전에 안테나 레이블 콘서트로 이 자리에 섰던 것 같다. 그 때는 아마 데뷔도 안 한 상태였을 거다. 안테나 가수들이 총출동해서 나는 뒤에서 코러스를 했다. 내가 언젠가는 이 무대에서 단독 콘서트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꿈이 이뤄졌다"면서 "공연에 정말 많은 걸 쏟았다. 보고 돌아가시는 길에 '정승환이 공연에 모든 걸 걸었다'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한다. 공연형 아티스트라는 걸 선언하는 자리였음 한다"고 전했다.
"성대결절 걸린다는 생각으로 노래하겠습니다. 이 공연으로 여러분들의 마음을 사로 잡겠다는 비장한 각오입니다."
당찬 포부와 함께 발라더 정승환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무대들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그는 '이 바보야', '다시, 봄', '비가 온다', '숲으로 걷는다', '그 겨울'까지 연이어 부르며 절절하면서도 단단한 가창력으로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관객들은 정승환의 울림 있는 목소리에 숨을 죽이고 공연에 몰입했다. 계절감이 느껴지는 정승환의 곡들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무대 위에서 그려졌다.
정승환은 "노래를 하다가 앞을 보니 관객분들의 표정이 방금 이별하신 것 같더라. 당장 마이크를 넘겨도 나보다 잘 하실 것 같았다"라며 웃었다. 그는 "사실 노래라는 게 내 목소리에서 출발을 하긴 하지만 세상에 공개가 되면 내 손을 완전히 떠난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어쩌면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때부터는 듣는 분들의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같은 노래를 가지고도 각자 다른 추억을 갖는다. 여러분이 계절 속 누군가를 떠올려봤음 좋겠다는 마음으로 무대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직접 작사한 곡으로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정승환은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데 가사를 쓰기도 한다"면서 같은 소속사인 이진아가 작곡하고 자신이 작사한 드라마 '라이프' OST '잘 지내요'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잘 못 지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서 "살다 보면 너무 지쳐서 힘들다고 말하기도 힘들 때 '잘 지낸다'고 말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더라. 그래서 쓴 곡이다"라고 말하고는 '잘 지내요'에 이어 '네가 온다'까지 가창했다.
관객과의 소통도 공연의 묘미였다. 정승환은 '믿어', '사뿐', '타임라인' 등 달콤하고 흥겨운 분위기의 곡을 관객들과 함께 불렀다. 그는 객석으로 직접 내려와 팬들과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누며 남다른 팬서비스를 보이기도 했다. 공연장 중앙부 원형 무대로 나온 그는 기타를 메고 마치 듀엣곡을 부르듯 팬들과 호흡을 주고 받으며 특별한 무대를 완성했다.
정승환은 '공연 강자'인 선배 가수들의 모창을 하는 깜짝 무대도 마련했다. 그는 "선배님들의 공연을 감히 맛보기도 안 되겠지만 준비를 해봤다"면서 "어떻게 하면 그분들처럼 부를 수 있을지 모창에 대한 연구를 했다. 제자가 스승보다 낫다는 의미의 '청출어람 메들리'라는 타이틀도 달았다"며 유쾌하게 노래를 시작했다.
그는 박효신의 '굿바이(Good Bye)', 바이브의 '다시 와주라', '술이야', 정준일의 '안아줘', 성시경의 '넌 감동이었어'를 완벽하게 소화해내고는 SBS 'K팝스타3'에서 불러 큰 인기를 얻은 김조한 원곡의 '사랑에 빠지고 싶다'까지 선보여 호응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첫 단독 콘서트를 성공시킨 후 정승환은 공연계의 신성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공연을 시작한지 1년여 정도 된 상황. 정승환은 "많이 한 건 아니지만 아는 게 생길수록 어렵다. 더 욕심이 생기고, 더 즐겁게 해드리고 싶다"면서 "공연을 다 즐기고 돌아가시는 길에 좋은 추억 하나 얻었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조금 더 책임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3000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 그 앞에서 노래를 하고, 박수를 받는 게 너무 신기하다"고 벅찬 감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야말로 무대, 공연의 매력에 푹 빠진 그였다. 정승환은 "아침에 눈을 떴는데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그래도 되는 사람인가' 싶기도 했다. 아직 엉성하지만 노래 만큼은 목이 쉬어라 불러드릴 수 있다. 앞으로도 잘 지켜봐주시면 좋겠다. 음악의 동의어가 무대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느끼는 행복감을 여러분들한테도 드리겠다. 조금씩 걸어나가는 내 모습을 응원해주시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계속해 정승환은 '보통의 하루', '변명', 자꾸만 반대로 돼', '제자리', '우주선' 무대까지 선사하며 귀를 녹이고, 심금을 울리는 보이스로 감동을 안겼다. 정승환은 "이렇게 내가 노래를 하는데 누군가 들어준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라며 마지막까지 자신의 목소리에 빠져들어 박수를 보내준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후 쏟아지는 앙코르 요청에 정승환은 자작곡 '옥련동'을 선보였다. 이어 '이 노래가'를 부르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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