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軍·學 협력 가속…MIT에 매년 수조원 투자"

입력 2019-06-24 16:59  

도약하는 한국 방위산업

정재원 KAIST 안보융합구원 교수



[ 임락근 기자 ]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간 운영비의 20%가량은 국방 연구를 하는 ‘링컨랩’이 대고 있습니다.”

24일 정재원 KAIST 안보융합연구원 교수(55·사진)는 국방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MIT를 예로 들었다. 군과 대학이 연계하면 양측 모두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정 교수는 “미래전은 재래식 전쟁에서는 상상도 못할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군은 미래전에 대비할 연구를 위해 대학에 조(兆) 단위 예산을 쓰고 있다고 했다. 대학과의 공동 연구로 미래 기술을 발굴해내는 역할을 맡은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올해 예산은 34억2700만달러(약 4조원)에 달한다. 미 육군은 지난해 7월 4성 장군이 지휘하는 미래사령부를 아예 텍사스 오스틴대 안에 설치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한국 역시 미래전을 대비한 군·학 협력 의지가 있다고 했다. 다만 예산이 없는 한국군의 현실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육군도 KAIST와 힘을 합쳐 인공지능(AI)협업연구센터에 연구팀을 꾸리는 등 민간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지휘관을 보내 AI 기술교육을 하고 있다”며 “다만 이와 관련된 비용은 KAIST 측이 대주고 있어 지속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무기를 실제 사용하는 군과 예산을 쥐고 있는 방위사업청 간 간극이 크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군에서 소요를 제기할 때 실험과 연구를 해봐야 하지만 예산이 없어 외국 보고서에 의존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결과 개발 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어 오히려 개발 시간만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이스라엘 군대가 혁신적인 건 유저들이 현장에서 바로 사업화하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이스라엘이나 미군처럼 각 군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별도의 소요 기획 예산 항목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군인 출신 안보융합기술 전문가다. 육군사관학교 42기 출신인 그는 육군에서 주로 방위력 개선 업무를 맡았다. 방위사업청 설립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한 그는 올해 대령으로 전역했다. KAIST 안보융합연구원 창설 멤버이기도 한 그는 2017년부터 민간의 과학기술을 군에 접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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