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 투기' 파산…빌라 1000채 다주택자, 전세금 갖고 잠적

입력 2019-06-25 11:16  

빌라 수백채 소유한 집주인들
전세 보증금 반환하지 않고 잠적
피해자 대부분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갭 투기 파산 피해를 세입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강서구, 양천구 일대 주택 1000채 소유 갭투기자를 꼭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부동산 갭투기 피해자라고 밝힌 작성자는 "최근 서울 강서, 양천구에서 주택 1000여 채를 소유한 약 2명의 갭투기자들로 인해 전세 세입자 피해가 대량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작성자는 "정부가 2018년 9월 13일 부동산 대책으로 갭 투기자들에 대한 사실상 사전 경고를 했는데, 이들은 소유한 집 가격이 떨어지고 대출이 막히자 '배 째라'는 식으로 잠적 혹은 파산을 하면서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약 당시 세입자들은 임대인이 '임대주탁사업자'라는 사실을 공인중개사로부터 듣지 못했고, 캡투기의 직접적인 피해를 신혼부부, 결혼을 앞둔 청춘들이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전세보증보험'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작성자는 "불안한 마음으로 '전세보증보험'의 문을 두드렸던 사람들 대부분이 좌절하고 돌아섰다"며 "거주 주택에서 세입자가 등기부등본상 1순위고, 근저당이 없다하더라도 보증보험에서 받아주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민사소송, 형사소송을 통해 임대인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지만, '투기'가 아닌 '투자'라는 인식 때문에 처벌도 요구할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들의 사연은 지난 5월 SBS '뉴스토리'를 통해서도 공개됐다.

방송에 출연한 한 피해자만 수십여명이었다. 한 피해자는 "(피해자들) 대화하는 단톡방에 43명이 있다"고 토로했고, 또 다른 피해자는 "**부동산에서 분명 1000채라고 했다. 그걸 들었다"면서 피해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증언했다.



갭투기자는 "매입 안할거면 전화통화 하지마라"며 피해자들의 전화를 피하는 상황이다. 이미 1억 원대에 매입한 빌라를 그보다 비싼 가격에 전세를 주면서 수천만원의 시세 차익도 본 상태였지만 "그 가격 그대로 매입하던지, 경매로 넘기라"고 배 째라는 입장인 것.

한 피해자는 "분양받은 아파트로 올 9월 이사 해야 하는데,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연락이 안된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면서 답답한 속내를 전했다.

김학무 변호사는 '뉴스토리'에서 "저분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걸 임대인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어차피 경매쳐서 탕감하면 그만이고, 채무가 남는다고 하더라도 회생이든, 파산이든 해서 끝내면 그만이라는 법리적인 판단이나 심리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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