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조리돌림' 걱정…CCTV 숨기기까지
제주동부경찰서 칭찬한마디 게시판 비아냥 폭주
제주 동부경찰서 측이 관내에서 벌어진 ‘전 남편 살인 사건’ 피의자 고유정(36)에 대해 "야만적인 조리돌림 당할까 우려해서 현장검증을 않기로 결단했다"고 해명하자 홈페이지에 "마음이 따뜻한 경찰을 칭찬한다"는 비아냥 섞인 글이 쇄도했다.
제주 동부경찰서 경찰들이 경찰 내부 통신망 '폴넷'에 올린 글에 따르면 제주동부경찰서 박기남 서장은 "피의자가 범행 동기를 허위 진술로 일관하고 있었고 범죄 입증에 필요한 DNA, CCTV 영상 등 충분한 증거가 확보된 상태에서 현장검증을 하면 고유정이 ‘야만적인 현대판 조리돌림’을 당할 수 있다'면서 현장검증을 안하는 것으로 결단을 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동부경찰서 홈페이지 '칭찬한마디' 게시판에는 26일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그것도 모자라 시신 훼손 후, 찾지도 못하도록 한 고유정 인권을 얼마나 생각하시는지 눈물이 난다. 관대함이 부처님 예수님보다 넓다", "고유정 관련 폴리스 라인을 치지 않아서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은 점 칭찬한다. 현장검증을 하지 않아 고유정이 야만적인 조리돌림을 당하지 않도록 한 점 정말 칭찬한다. 제주도는 사고나도 어떻게 될지 몰라 다른 육지 관광지로 관광객 몰리게 한 점 더더욱 칭찬한다", "제주도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에 국민들 두려움, 스트레스 안받게 해주려고 덮어주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제주도 범인 없는 청정 지역을 만들려는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 치안 안좋고 범행해도 어차피 경찰에서 감추면 국민들은 모른다. 이렇게 계속 감추시고 안전한 척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동안 가족여행으로 제주도 많이 갔었는데 이제 안가게 되어 돈도 모을 수 있게 됐다. 정말 칭찬한다"는 글들이 이어졌다.
제주 경찰은 초동수사가 부실했던 이유와 사건 현장인 펜션에 폴리스라인을 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이혼한 부부가 어린 자녀와 있다가 자살 의심으로 신고된 사건에 대해 초기부터 강력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하라는 비판은 결과론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비판"이라며 여론의 보도 행태를 지적했다.
펜션에 폴리스라인을 치지 않는 등 현장 보존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폴리스라인 설치 시 불필요하게 인근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상한다"며 "주거의 평온을 해할 우려가 있었다"고 이유를 들었다.
수사 과정에서 혈흔을 찾는 루미놀 검사는 사건 발생 일주일 후인 지난달 31일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검사 후에는 펜션 주인이 사건 현장을 청소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제주 경찰은 "해당 펜션은 독채이며 주 범죄 현장은 펜션 내부"라며 "지난달 31일 내부에 대한 정밀 감식 및 혈흔 검사를 완료했다"고 반박했다.
또 경찰은 지난달 27일 고유정이 범행 장소를 떠나며 쓰레기 종량제봉투 4개를 버린 사실을 미리 알았으나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도 뒤늦게 알려졌다. 피해자 유족이 쓰레기 처리시설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확인한 후에 이를 묻자 경찰은 그제서야 "펜션 주변에 버린 것은 범행 과정에 사용했던 이불이나 수건 등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유정 사건에 있어서 경찰은 최초 CCTV 확보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고유정이 범행장소를 떠나며 쓰레기 종량봉투 4개를 버린것을 알고도 확인없이 이불등으로 인지하고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점만으로도 부실수사라는 비판으로 부터 절대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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