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26일(16:4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쿠팡과 옐로모바일, 야놀자 등 적자를 내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사)들이 기업공개(IPO)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매출이 급성장하며 중소기업에서 벗어나더라도 기술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개정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정례회의를 열고 ‘혁신기업 IPO 촉진을 위한 상장제도 개선안’을 의결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국내 중소기업만 신청이 가능한 기술특례상장 대상을 스케일업 기업과 해외 진출 기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스케일업 기업은 2년 연속 평균 매출 증가율이 20% 이상이면서 중소기업이 아닌 곳이다.
기술특례상장은 당장 수익성은 낮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외부기관의 검증 등을 통과하면 상장심사 기준을 낮춰주는 제도다. 기술특례가 중소기업에 한정돼 있고 주로 바이오 기업에만 적용되면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중소기업은 자산총액 5000억원 미만, 업종별 평균 미만의 매출액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인 쿠팡은 지난해 자산총액이 1조8376억원에 달한다. 옐로모바일과 크래프톤도 자산총액이 5000억원을 넘는다.
기술특례상장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 중견기업으로 커진 유니콘 기업과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특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화장품 제조사인 엘앤피코스메틱과 핀테크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배달의 민족’으로 알려진 우아한형제들, 숙박 앱(응용프로그램) 야놀자, 전자상거래업체 위메프 등 유니콘 기업들이 특례상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마켓컬리와 쏘카, 직방 등 급성장 중인 유니콘 기업 후보군도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바이오와 4차 산업혁명 관련 혁신기업에 대해 차별화된 상장심사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4차 산업 관련 20개 분야 152개 전략 품목에 해당하는 기업에 대해선 한국거래소가 점검하는 ‘질적 심사 요건’에 4차 산업과의 연관성 등 혁신성과 성장성을 평가 요건에 넣기로 했다. 현행 질적 심사의 주요 요건인 매출처와의 거래지속 가능성, 상장 후 이른 시간 내 매출·이익창출 가능 여부 등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바이오 기업은 원천기술 보유 여부 및 기술이전 실적, 임상 돌입 여부 등 산업 특성을 반영한 별도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바이오 기업은 퇴출 기준도 차별화된다. 상장 5년 이후 연간 매출이 30억원 미만인 경우 무조건 관리종목에 지정돼 왔지만 앞으로는 최근 3년 매출 합계가 90억원 이상이면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다. 일시적 매출 악화를 한 번은 봐주겠다는 의미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 대상을 스케일업 기업으로 확대하고 질적 심사요건에는 매출·영업과 관련한 기준을 완화하면서 적자 유니콘 기업들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인보사 사태 등을 감안하면 진입을 낮추고 퇴출을 느슨하게 하는 정책이 자칫 부실 상장사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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